▲지난 10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폭우로 피해를 입은 상인들이 수해복구 작업을 하는 모습.
이희훈
기후 위기는 온실가스의 배출로 인한 지구 기온 상승으로 빚어지고 있습니다. 온실가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탄소의 배출은 사실상 인류 활동, 그중에서도 산업활동, 기업활동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결국은 일찍부터 산업화를 진행해왔던 주요 산업국가들, 그리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활동들로 인해 배출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실 탄소 배출에 그다지 책임이 없는 이들이 탄소 배출로 인한 피해를 맨 먼저 온몸으로 맞고 있는 겁니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 침수 위기에 처한 태평양의 도서 국가들, 산업화가 늦고 미진한 상태에서 탄소 배출은 그야말로 미미합니다. 또한 우리나라 탄소 배출의 64%를 주요 11개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즉 주요 산업국들과 대기업들이 탄소 배출의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는 제대로 탄소 배출조차 하지 못하는 이들이 입고 있는 것입니다.
당초에 기후 위기 자체가 불평등한 사회구조로부터 비롯됩니다. 이윤 추구 앞에서 모든 것을 외부로 전가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밖에 없는, 즉 '비용'이 되고 마는 구조 속에서 탄소 배출 증가는 필연적입니다. 이윤 추구를 위해 마음껏 자원을 소유하고 소모하면서 탄소를 배출하게 되는 불평등한 구조가 바로 기후 위기의 핵심 원인 중 하나입니다.
기후 위기는 다시금 이 불평등을 심화시킵니다. 이미 유엔조차도 '기후 아파르트헤이트'라는 표현으로 '부자들은 돈을 주고 사서 위기를 모면하고, 빈자들만 온몸으로 기후 위기의 피해를 감당하고 있다'고 기후 위기와 불평등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을 대폭 줄여야 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임계점으로서의 지구 온도 1.5°C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을 시급히, 정말 극적으로 줄여야 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탄소 배출의 대부분은 산업 활동으로 발생합니다. 화석연료, 탄소 배출에 의존하는 산업 전반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기후위기, 일자리에도 영향 미친다... 한국 정부, 현실을 알고는 있지만
기후위기는 노동자 일자리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노동자들이 기후 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나서고 있는 이유입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불가피한 산업구조 변화가 또다시 있는 이들만을 위주로, 자본과 기업만을 위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산업구조 변화, 산업전환이 필요한 것은 이윤을 더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생존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입니다.
이 산업전환으로 인한 비용은 책임 있는 이들부터 제대로 부담하고, 그 피해가 야기된다면 사회적으로 공동체가 책임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환 자체의 필요성 인식, 전환의 기획과 진행 전반에 실제로 피해를 보게 될 수 있는 이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바로 정의로운 전환이고 기후정의입니다.
한국 정부도 참여하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에서도 이를 수용하고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주요 원칙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는 주요 피해 당사자들의 참여 보장에 인색합니다. 친환경차 전환에 있어서 불가피하게 피해를 받게 될 수많은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사 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해서는, 화석연료로부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서도 석탄화력발전 종사 노동자들과 석탄화력발전소 증설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상황에 대해서는 여전히 크게 주목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래서야 정의로울 수도 없고, 전환도 쉽지 않습니다.
9월 24일 전 세계 노동자, 시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에서도 기후정의 행진이 진행됩니다. 수많은 노동자와 시민들이 함께 외치는, 정의로운 전환, 기후정의 실현의 목소리에 정부와 기업은 귀를 기울여야 하고 책임 있게 나서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