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약점을 알게 되었고 약점을 보완하게 되었고 나름의 발전이 있었다.
신선숙
스포츠라는 것을 모르고 살다가 탁구를 치기 시작했을 때 나도 약점 공격을 당했다. 특히 남자들이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일부러 내 약점을 큰소리로 말하거나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경향을 보였다. 처음엔 기분이 나빴다. 금메달 따는 경기도 아닌데 굳이 내 약점을 파고들어야 직성이 풀릴까 싶었다.
그것이 내 멘탈의 한계였음을 지금은 안다. 기분 나빠했던 나를 보며 상대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으리라. 그리고 실제로 나는 얼굴이 벌게진 채로 그 게임에서 졌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는 그 덕분에 내 약점을 알게 되었고 약점을 보완하게 되었고 나름의 발전이 있었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이 맞다.
이제는 약점 공격을 받으면 빠르게 수용하려고 애쓴다. 아직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때가 더 많지만, 그러면 또 내가 자만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없이 겸손할 때만이 약점 공격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나는 믿는다.
모든 스포츠의 기본은 멘탈 관리라고들 한다. 남편인 탁구관장 김관장도 나에게 항상 강한 멘탈을 요구한다. 나는 큰 위기가 닥쳤을 때 의외로 대범하다. 그래서 나는 멘탈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이 또 문제였다.
이만하면 됐다는 자만이 시작되는 순간, 김관장은 어김없이 "당신은 그런 유리 멘탈로 뭘 하겠다는 거야"라는 말로 나를 자극하고 나는 또 발끈하고 말았던 것이다. "난 멘탈이 좋은 편이거든?"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또 깨달았다.
인정해야 하는데 또 발끈했구나. 나의 약점을 인정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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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호기심 많은, 책 만드는 편집자입니다. 소심한 편집자로 평생 사는가 싶었는데, 탁구를 사랑해 탁구 선수와 결혼했다가 탁구로 세상을 새로 배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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