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을 헤치며악천후를 뚫고 남벽 분기점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대견한 뒷모습을 멀리서 담았다.
안사을
산악회를 결성하다
'여행은 가장 훌륭한 교육 수단'이라는 믿음 하에 최선을 다해 학생들과 함께 나가서 놀고 있다. 당연히 보호자의 동의 및 관리자의 승인을 정식으로 받고 학교 예산을 사용하여 안전하게 다녀온다. 그중에서도 적절히 즐거우면서 난이도가 있고, 그래서 교육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좋은 콘텐츠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등산이다.
산에 가자고 하면 뛸 듯이 기뻐하며 따라나서는 학생이 몇이나 되겠는가. 제발 같이 가자며, 이번에는 정말 보람차고 재미있는 산행이 될 거라며 매번 졸라야 한다. 그러다가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선 아이들은 단 한 번의 산행으로도 꽤나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곤 한다.
지난해 11월께부터 많은 외부 활동이 있었다. 통일교육의 일환으로 고성을 방문했고, 자치활동을 겸해서 강원도에 다녀왔으며, 평화교육과 함께 4.3사건을 공부하며 제주도에 다녀오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활동에 의욕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이 항상 반복되어 겹친다는 것이었다.
"뭐야. 이번에도 이 조합이네? 그 나물에 그 밥들이구만?"
"그러게요. 진짜 그러네요? 하하하하."
어차피 겹치게 될 것, 차라리 모임을 구성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자율동아리 제도를 활용하여 산악회를 결성하기로 마음먹었고 그 당시 가장 열성을 보였던 한 학생에게 접근했다.
"우리 이왕 이렇게 된 거 산악회를 만들어보자."
"산악회요? 우와. 좋아요!"
반신반의하며 던진 말이었는데 너무도 흔쾌히 받아들여서 조금 놀랐다. 이 학생은 평소 등산을 다닌 적도 없고 첫 번째 강원도 여행을 기숙사 여자 대표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다녀왔던 녀석이다. 등산로도 딱히 없는 꽤나 힘든 곳을 다녀왔는데, 오히려 꾸며지지 않는 자연 속에서 모험심이 발휘되었는지 갑자기 험한 등산에 마음을 빼앗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