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날개가 단단한 왕바구미.입김만 불어도 죽은체하고 꼼짝 않는다.
이상헌
왕바구미는 몸길이가 30mm를 넘는 바구미계의 거인이다. 몸통이 썩어가는 땅콩껍질처럼 생겼기에 나무 위에 앉아 있으면 알아차리기 어렵다. 딱지날개는 표본 침으로도 뚫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다. 수 미터 높이의 나무에서 아스팔트 바닥으로 떨어져도 상처 하나 생기지 않는다. 긴 주둥이 끝에는 이빨이 나 있어 나무를 쉽게 뚫을 수 있다.
위험해 보이지만 사람을 전혀 쏘지 않는다. 오히려 약간의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죽은 체(의사행동)한다. 벌러덩 누워 6개의 다리를 엉거주춤 벌리고 있으면 영락없이 사체로 보인다. 새와 같은 천적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다. 짝짓기 후 암컷은 벌채목이나 죽은지 얼마 안 된 소나무에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 부화한 애벌레는 소나무 속을 파먹고 자라며 오뉴월이면 성충으로 우화하여 세대를 이어간다.
왕팔랑나비는 칡을 포함한 콩과 식물의 잎을 먹고 산다. 성충은 초여름에 나타나 짝짓기 후 칡에 알을 낳는다. 부화한 애벌레는 잎을 잘라서 이불처럼 덮고 그 속에서 자라난다. 가을이면 땅으로 내려와 낙엽을 명주실로 엮어서 겨울을 난다. 특이하게도 겨울잠에서 깨어나자 마자 번데기로 변신을 하고 초여름에 날개돋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