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풍경낙원상가 왼쪽 전면, 탑골공원 북쪽 빈터에서 일상으로 벌어지는 풍경.
이영천
현재 구백만 명인 노인 인구가, 2032년 천사백만 명으로 예측된다. 급격한 노령사회로의 진입이다. 대중교통 이용요금이 면제된다. 나라에서 지급하는 얄팍한 연금에 의존하는 전혀 다른 세계로 생활행태 천이가 강제된다. 노인 빈곤이다. 불과 1백여 년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나락이 펼쳐진 것이다.
노인이 핵심이던 대가족체제가 산업화 이후 급격히 해체되고, 그 자리를 핵가족화한 도시형 가구 구성이 차지했다. 이는 노인의 권위와 경륜은 물론 안락한 노후마저 보장해 주지 못했다. 노환이나 병이 찾아들면 요양원이나 병원에 갇혀 자식이 부담하는 화폐 단위에, 언제가 끝일지 모르는 여생을 저당 잡혀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잉여 존재로의 전락이다.
이 길에서 누군들 예외이겠는가? 강의 뒷물은 항상 앞 물을 밀어낸다. 지금의 물은 어제의 그 물이 아니다. 세대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묻는다. 그대는 효용가치가 영원한 존재로 살아남을 것이라 자부하는가?
그래도 작동하는 공간조직
이곳 노인들은 대체로 이중의 존재 의식에 사로잡혀있다. 물리적 신체나이는 물론 사회·경제적으로 도태된 상황을 심리적으로 거부한다. 이곳에 나와 있어도, 스스로는 철저히 '관찰자'라 여긴다.
빈한한 경제 능력에 무료급식소를 이용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과거를 살아낸 시간에 의식의 끈을 묶어 두고 있다. 열정적이던 과거 자신의 모습을 현재 시공간에 끊임없이 투영시킨다. 분명 현실과 괴리된 몽상임에도, 이런 의식이 이곳을 노인 전유 공간으로 변화시킨 힘이라 여겨진다.
이곳은 변화하는 도시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나이 듦'은 속도와 반대개념이다. 따라서 이 공간도 사라질 위험성에 항시 노출되어 있다. 그러함에도 이곳에 작동하는 나름의 법칙이, 이 공간을 지켜줄 최후 보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구매력한계에 따른 지대 때문이다. 지대가 배타적 노인 전유 공간으로 살아남게 한 핵심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