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한 장면글에서는 '이런 장난'이라고만 서술되어 있어서 그림을 보지 않고는 어떤 장난인지 알 수 없다. 이런 게 바로 아이코노텍스트.
시공주니어
하지만 업계(?) 용어라는 게 다 그렇듯이, 그 분야 밖에 있는 사람들에겐 생소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처음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 선배들이 하는 말이 외계어 같다고 생각했었다. 당시엔 무슨 말인지 물어볼 용기도 없어 몰래 노트에 적은 뒤 집에 가서 이리저리 책을 찾아보며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건 출판업계에 들어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한 명쯤은 그림책에 살짝 발(?)을 담가본 이가 있을까 했는데 아니었다. 안 그래도 처음 읽는 이론서가 어렵다는 소리를 들었던 터라, 최대한 쉽게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발제를 이어갔다.
'우리 아이 1퍼센트 만들기' 모임과 이 모임이 다른 점
"어제 모임이랑 이 모임은 분위기가 정말 다르네요."
모임 중간에, 한 참여자가 어제 다녀온 모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모임명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 아이 1퍼센트 만들기'. 그런 모임이 있다니 신기했다. 하긴 강남에 사는 내 친구 중에 한 명도 적지 않은 돈을 주고 1퍼센트 만들기 비슷한 강좌를 들었다고 했다.
지역에서 유명한 학원에 보내려면 레벨테스트를 받아야 하는데, 초등학교 때 중학교 과정을 다 떼야 통과할 수 있다고. 대학 입시 요강을 줄줄이 꾀고 있는 그 친구의 아이는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이다. 나는 '우리 딸, 대학에 꼭 가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며 사니, 모임 중에 그런 교육관이 자연스레 드러났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책을 읽히는 목적이 다르다는 것도 느꼈을 테다. 독서는 나와 세상에 대해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어떤 부모는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읽기를 강요한다. 내가 생각하는 독서의 목적과는 다른 결이다.
참여자의 교육관만큼 그림책을 보는 관점도 다 제각각이다. 예상치 못한 질문들이 튀어나오고, 내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기도 한다. 그림책 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 참여자들은 아주 기본적인 것을 물어보기도 한다. 엄마가 인문학 책을 많이 읽는 게 아이와 그림책을 볼 때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하자, '인문학이 뭔가요?' 하고 물어보는 식이다.
그럴 때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말문이 막힌다. 알고 있는 것도 당황하니 아무 말 대잔치다. 이런저런 질문들에 모두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안다. 정답을 다 알고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꼭 종료시간이 1분 남은 시험지를 손에 쥔 것 마냥 마음이 두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