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부모들의 심리적인 에너지를 돌보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bady, Unsplash
- 맞아요.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조절이 안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저 자신에게 더 화가 나요. 모르면 배우면 되는데, 아는 데도 안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심리적 에너지가 고갈되어 이성이 작용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을 수 있어요. 뇌과학적으로도 도덕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전두엽 기능이 마비되고 감정과 충동 중심의 변연계는 흥분도가 높아져요. 그럴 때 나를 다그치고 자책하면 심리적 에너지는 더 바닥이 나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게 되지요. 어떤 분이 '우아하게 화를 내고 싶다'고 표현한 게 기억나는데 내 감정에 매몰되어 폭주하지 않고 우아하게 행동하려면 우선 심리적 에너지를 잘 충전해줘야 해요.
학대행위를 한 부모들 중 상당수는 그런 행동이 옳지 않다는 걸 몰라서라기 보다는 심리적 에너지가 바닥나서 나도 모르게 아이를 때리거나 방임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재학대 방지 프로그램은 먼저 심리적 에너지를 충전하는데 초점을 뒀어요.
아동을 학대하는 일이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지식 뿐 아니라 그 지식을 실천할 힘도 함께 키워줘야 해요. 부모들도 때리고 싶지 않았고, 때리고 나서 아파해요. 단지 그 부분을 드러낼 염치가 없고 비난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정당화 하기 위해 '잘 가르치려고 그런거다'라고 우기거나 버티는 거죠. '때리고 싶지 않으셨을 텐데요.'라는 말에 많은 분들이 눈물을 펑펑 쏟아요. 정말 때리고 싶지 않았는데 그걸 알아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요. 진짜 이야기는 거기부터 시작됩니다.
충분한 이해와 지지를 받으면 심리적 에너지가 채워지니 스스로 상황을 돌아볼 힘이 생겨요. 내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왜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게 되는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가요. 자극점이 무엇이었는지, 무엇에 화가 나고 불안해졌는지를 살펴보면 부모 스스로 아이가 문제가 아니었다는 걸 깨우치세요. 아이를 잘 보살피고 싶은 부모성의 발현을 막은 게 무엇인지를 찾는 거죠. 그리고 변화가 시작됩니다. 힘이 생기니 스스로 깨우치고 스스로 변하는 거예요."
- 심리적 에너지가 고갈돼 조절이 안 된 거니 심리적 에너지를 채워주는 거군요. 머리로는 아는데 행동은 다르게 나갈 때, 제가 해야 할 일도 심리적 에너지를 살피는 거겠어요.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건 '때리고 싶지 않았죠?'와 '때리고 싶지 않았던 거 알아요.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는 다르다는 거예요. 때리고 싶지 않았던 '마음'과 때린 '행동'은 구분해야해요. 우리가 공감하고 이해와 지지를 보내는 건 때리고 싶지 않았던 '마음'입니다. 때린 '행동'까지 그럴 수 있다고 정당화 해주는 것과 달라요.
결혼이 부담스럽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사람들은 더 많아지고 있어요. 정부는 부모들의 양육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며 출산을 장려하려고 하죠. 그런데 왜 크게 효과가 없을까요? 부모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부모들의 심리적인 에너지를 돌보는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참 아쉬워요. 부모성이 발현되는 걸 막고 있는 사회적 요인이 무엇인지, 개인이 자신의 부모성을 발현해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게 부모를 진정으로 돕는 방법 아닐까요?
얼마 전 진행한 워크숍에서 한 분이 '제가 부족한 게 많은 엄마라고만 생각하며 살았어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며 정신줄을 놓은 적은 있지만 사랑을 놓은 적은 없어요. 오늘 그런 저를 만났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저는 우리 사회가 부모들의 이 마음을 기억하길 바래요. 부모인 내가 얼마나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있는 지를 알아주면 그 사랑을 건강하게 잘 실천할 방법을 찾게 됩니다. 우리 사회가 부모를 몰아세우고 불안을 부추기기보다 부모의 사랑을 믿어주고 응원해 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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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고 새로운 세상을 만났습니다. 좋은 부모, 좋은 어른으로 성장해 좋은 삶을 함께 누리고 싶습니다. 자람패밀리에서 부모를 공부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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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했던 부모의 재학대를 막기 위해 필요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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