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계서당 꽃담사랑채 누마루의 기단부는 막돌허튼층쌓기로 쌓고 윗부분은 흙과 기와를 이용해 사람이 웃는 모양을 연출하였다. 서투르고 엉성하여 질박하다. 솜씨를 자제한 결과다. 유교 중심부 봉화에 있는 오래된 마을의 꽃담이나 이 정도는 용인된다.(2017년 11월 촬영)
김정봉
대놓고 드러내거나 과시하지 않는 우리의 겸손한 천성이 꽃담에 담겼다. 꽃담이라도 집주인의 선한 마음씨가 전제되지 않으면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꽃담을 찾아 변방의 민가를 둘러보지만 집주인과 그 선조의 행적을 더듬어봐야 할 까닭이다. 행적이 더럽고 선하지 못하면 아무리 담 치레를 해본들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꽃담의 이름값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변방의 꽃담Ⅰ- 민가 살림집 꽃담
안동과 안동을 축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있는 오래된 마을의 고건축에서 의미 있는 오래된 꽃담은 예상 외로 많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들 지역은 유교문화가 짙게 밴 고을로 마을공동체의 철학, 규범과 사상, 역사, 이웃 간 눈치에 의해 제한, 제어되어 꽃담보다는 수더분하고 소박한 전통 담이 많다. 이는 꽃담이 변방성을 띠는 이유이기도 하다.
안동과 안동 주변의 고을이 유교문화의 중심부로 볼 때 유교변방으로 인식되고 있는 충북 괴산과 전북 장수, 임실, 고창, 정읍, 익산에 꽃담이 많이 분포한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밖에 경기 남양주, 충남 예산, 홍성, 보령, 논산, 전남 영광, 경북 봉화, 달성, 청도에서 산발적으로 발견된다. 이들 모두 마을이 짜임새 있게 들어서지 않은 곳이다.
변방의 꽃담 Ⅱ- 산사와 은거정원의 꽃담
절집의 경우 신라와 고려 때 변방에 불과한 산사(山寺)에 집중된다. 산사는 불교사적으로 비주류의 담론이 지배하는 변방이다. 산사에 집중된 것은 주류인 도시사찰이 사라지고 비주류의 산사만 남게 된 결과이므로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산사가 주류의 절집으로 돼버린 것이다.
조선시대 절집은 민가와 마찬가지로 꽃담을 쌓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어차피 선가(禪家)의 건축은 비움과 버림이라 하였으니 애시 당초 화려한 꽃담은 기대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전남 해남의 대흥사, 순천 송광사, 강원 양양 낙산사, 경남 하동 쌍계사, 합천 해인사, 충남 개심사, 충북 보은 법주사, 강화도 전등사의 꽃담이 오래전부터 내려온 꽃담으로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