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오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 인근 방파제에서 경찰이 10m 바닷속에 잠겨있는 조OO양 가족의 차량을 인양한 뒤 유실방지망을 벗겨내고 있다. 경찰은 실종된 조양의 가족과 차량을 찾기 위해 수중 수색하다 전날 가두리양식장 아래에 잠겨있는 차량을 발견했다.
연합뉴스
또다시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이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완도 일가족 사망 사건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에 따르면 사망한 남편은 코인에 투자해 큰 손실을 봤다고 한다. 자산시장의 질주에 올라탔다 거품의 붕괴와 함께 몰락한 투자자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비극이 완도 일가족 사망 사건으로 그치지 않을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제2, 제3의 완도 일가족 사망 사건이 다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삶의 무게보다 더 무거운 빚,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희망이 남아있다면 어깨를 짓누르는 빚의 무게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만큼은 막아야 한다. 개인회생은 잃어버린 재산을 돌려주지는 못하지만, 어깨를 짓누르는 빚의 무게는 덜어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해 큰 손실을 본 채무자는 개인회생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웠다. 완도 일가족이 개인회생 제도를 알아봤는지 알 순 없지만, 알아봤다고 해도 적용 대상이 아닐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
투자손실금을 재산 처리?... 실무 관행의 이면
지금까지 개인회생 사건을 처리하는 법원은 투자손실금을 재산으로 처리하는 관행을 보여왔다. 투자로 1억 원을 잃었다면 그만큼을 재산으로 처리한 것이다. 예컨대 전 재산이 1억 원인 채무자가 투자손실로 1억 원을 모두 잃었다면 재산은 0원이다. 하지만 법원은 투자손실을 인정하지 않고 그의 재산을 1억 원으로 계산해 버렸다.
그렇다 보니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재산이 재산으로 잡혀 변제금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재산 만큼은 갚아야 한다는 것이 개인회생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손실금이 재산으로 반영돼 개인회생 대상 자체가 안되거나 되더라도 월 변제금이 지나치게 높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투자손실금은 재산으로 처리해온 관행은 '투자'라는 행위 자체를 일종의 부도덕한 투기로 봤기 때문이다. '큰돈을 벌겠다고 투자했다가 망한 사람까지 구제해줘야 하나?'라는 정서가 저변에 깔려있던 것이다. 하지만 벼락거지를 면해 보겠다며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대열에 합류했던 청년들을 투기세력이라 비난하기는 어렵다. 사상 최고의 실업률 속에서 인생을 통틀어 기회라고는 자산시장의 질주에 올라타는 것이 처음이었던 그들을 '돈 좀 벌어보겠다고 투자했다가 실패했으면 온전히 스스로 책임져야지'라며 몰아붙일 수는 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투자손실을 재산으로 간주하는 관행에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그저 말 그대로 실무 관행일 뿐이었다. 실무 관행 하나에 수많은 채무자가 구제를 받지 못하고 좌절해 왔다.
하지만 최근 서울회생법원은 이와 같은 실무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회생법원 2022년 7월 1일부터 투자손실금을 청산가치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실무준칙을 시행했다. 즉, 투자손실금을 재산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실무준칙 개정은 서울회생법원에 국한된다. 그렇기에 주소나 직장이 서울인 채무자에게만 적용된다는 한계를 지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하지만 수많은 청년을 투자로 몰아넣은 것은 우리 사회다. 그렇기에 최소한 투자에 실패한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은 잡아줘야 할 것이다. 서울만이 아닌 전국의 모든 법원이 이번 서울회생법원의 실무준칙 개정을 준용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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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사람사이 대표 변호사다. 민변 부천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경기도 의회 의원(부천5, 교육행정위원회)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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