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2일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1주기를 앞둔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에서 한 청소노동자가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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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사회에 꼭 필요한 육체노동이 있는데 이 노동자들이 일주일만 일을 안 해도 세상은 엉망이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무의미한 일자리도 많은데 별다른 기여도 없이 보수가 높은 화이트칼라 직종이 주를 이룬다고 했습니다².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필수 노동'이고 무엇이 '필수 노동'이 아닌지" 따지기에 앞서 확실한 것은 필수 노동을 푸대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농사, 제조, 청소, 돌봄, 배달과 같이 우리가 먹고사는 데 필수적인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은 대체로 비정규직에 저임금에 복지 혜택도 열악합니다.
비단 한국 사회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지은 책 <불쉿잡>에서 "우리 사회에는 어떤 직업이 다른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것이 확실할수록 정당한 보수를 받을 확률은 더 낮아진다는 일반 원칙이 있는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필수 노동은 대개 육체노동입니다. 입으로만 노동자를 옹호하는 자기 모습에 회의를 느끼고 노동 현장에 뛰어든 철학자 시몬 베유는 "가장 인간적인 문명은 육체노동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문명"이라고 말했습니다. 시몬 베유는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가르고, 육체노동에 비해 정신노동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를 비판했습니다.
만일 필수 육체노동에 대해 안정적인 일자리에 높은 임금과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사람이 필수 육체노동을 하며 자긍심을 갖게 될지 모릅니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 논리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요. 정치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윤석열 정부에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청소 노동자 고소 논란 관련해 연세대 측은 "학교와 노조의 문제가 아니라 용역 업체와 노조의 임금 협상 문제다. 원청인 학교가 아예 책임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학내 집회를 중앙도서관 앞에서 열다 보니 학교와 학생이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고 합니다³. 나윤경 교수는 학교 측에 대해 "학생들에게 수업권을 보장해야 하는 주체는 학생들에게 비싼 등록금을 받는 학교 아닌가"라고 묻습니다.
연세대가 계약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필수 노동을 제대로 대우하는 의미 있는 사례를 남긴 대학으로 우리 사회에 기억되기를 바라는 건 지나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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