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겨레하나가 주최로 11일 부산 일본영사관 평화의소녀상 옆에서 부산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시민단체와 여성단체가 각각 진행하는 수요시위가 매달 두차례 진행된다.
허남호
"지키자 수요시위."
"지키자 소녀상."
11일, 부산겨레하나가 주최하는 5월 부산수요시위가 열리자 부산시 동구 일본영사관 평화의소녀상 옆으로 손팻말을 든 이들이 하나씩 모여들었다. 이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최근 극우 보수단체가 소녀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추진하면서 수요시위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여 명 중 이제 11명만 남았다."
발언의 시작은 최근 별세한 김양주(98) 할머니의 이야기였다. 사회를 본 최민정 부산겨레하나 조직국장은 "할머니는 2009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경남도의회 결의안 채택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사죄하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고 말씀하셨다"라며 생전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그는 "일본에 사과도 받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신 할머니들을 생각하자"라며 추모와 묵념을 제안했다. 다 함께 고개를 숙인 참가자들은 이어진 순서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노래를 불렀다.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한채 피해자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는 답답한 상황을 음악으로 토로했다.
다음으로는 하루 전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일본 외무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어제(10일) 윤 대통령 취임식에서 일본의 하야시 외무상이 기시다 총리 친서를 전달했다. 윤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관계 개선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 리더십이 뭔가? 자위대 한반도 개입론자를 외교안보 라인에 넣고, 사절단에 한일 '위안부' 합의를 추진한 사람들을 보내는 것이다. 일본은 윤석열 정부가 묻지마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불도저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참가자들은 "이런 모습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다시 한번 치욕과 모멸감을 주는 일"이라며 "일본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라고 입을 모았다. 전 세계 소녀상 철거를 압박하고, 역사교과서에서 과거사 서술을 삭제하거나 우리 법원의 판결을 거부하는 등 일본이 최근 벌이고 있는 행태가 그 근거로 제시됐다. 참가자들은 "한일관계 악화의 책임은 일본에 있다"라고 직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