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로 살아보니 다른 제품에도 별점 1점은 되도록 주지 않으려고 한다. 조언은 별점 5점을 주면서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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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고객 응대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첫 구매에 별점을 낮게 주면서 재구매한 고객이 있었다. 첫 구매에서 별점은 2점이었고, 재구매해서 별점은 1점이었다. 별점을 낮게 주면서 다시 재구매를 하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후기에는 우리 제품의 기술력을 의심하고 비판하고 있었다. 처음엔 경쟁사의 횡포로 생각했다. 나는 낮은 별점을 주면서 다시 재구매한 이유가 무엇이냐, 일부러 그러느냐, 필요하면 방문하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고객은 불같이 화를 냈다. 고객은 판매자가 잘못도 깨닫지 못한다면서 화가 나서 쇼핑몰 게시판을 불만으로 도배하기 시작했다. 고객과 싸움은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낮은 별점과 게시판 불만사항 도배로 매출도 떨어졌다. 결국 남편이 나섰다. 이미 나는 고객과 감정적으로 좋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남편이 고객에게 전화를 했다. 어떤 불만사항이든 말씀해주시면 개선하고 고치겠다고.
남편은 긴 전화통화로 그분의 불만을 듣다가 제품 구매하게 된 사연까지 들었다. 별점을 낮게 주면서 재구매한 사연은 이랬다. 그 고객은 경쟁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이전에 특정 제품으로 인해 온 가족이 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고, 이번에 집을 지으며 우리 제품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문제는 우리 제품의 기능에는 만족했지만, 자신이 만든 집 구조에서는 제품의 규격이 정확하게 맞지 않아 별점을 낮게 준 것이었다.
그런데 설치할 곳이 더 있어서 다른 외산 제품을 알아보았다고 했다. 그러나 외산제품은 기능이 떨어졌다. 결국 기능은 마음에 들었지만, 규격이 좀 맞지 않는 우리 제품을 다시 재구매한 것이었다. 경쟁사로 오인했던 것은 내 잘못이었다. 그 분이 고생했던 사연을 듣고 보니, 나 같아도 제품을 깐깐하게 구매했을 것 같았다.
우선 제품을 교환해 주기로 했다. 다시 보내는 제품은 남편이 직접 테스트를 꼼꼼하게 해서 보냈을 뿐만 아니라, 고객이 고민하고 있는 기술적인 문제도 같이 고민해서 규격을 맞출 수 있도록 별도 제작한 제품도 보내드렸다.
나중에 교환 제품이 도착해서 보니 그 고객이 재구매한 제품은 불량이었다. 제조 과정에서 품질검사를 하지만, 간혹 나오는 불량은 어쩔 수 없었다. 그 고객은 자신도 제조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불량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정했고, 교환된 제품과 남편의 기술적인 상담에 매우 만족했다.
이후 고객은 리뷰 점수를 5점으로 수정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장문의 리뷰를 남겼다. 주변에 소문도 많이 내겠다고 해주셨다. 진상 고객에서 충성 고객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깨달은 점이 있다면 고객 응대는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고객은 흥분 상태일 때, 같이 감정적으로 대하면 싸움으로 일어날 확률이 크고, 싸움으로 진행되어봤자 불리한 건 판매자였다.
온라인 쇼핑몰 공간에서 구매자는 익명이고, 판매자는 실명이다. 이것이 구매자에게 때론 무기가 되고, 판매자에겐 약점이 된다. 그러다보니 별점 1점을 주거나 불만으로 게시판을 도배해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판매방해 신고제도가 있긴 하지만, 이용해 본 적은 없다.
판매방해 신고 처리가 되기까지 며칠이 걸리는데, 그동안 진흙탕 싸움을 보여 봤자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그 이전에 해결해야 한다. 고객 응대는 고객이 고통이나 불만을 느끼는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그걸 해결하는 걸 목적으로 해야 한다.
또한, 내가 아직도 대기업에서 직장인으로 일하던 스타일을 버리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목소리가 컸고, 어디서나 당당했으며, 이슈에 있어서는 싸워서 이길 생각만 했다. 그러나 고객은 싸워서 이길 대상이 아니었다. 기술적으로 검증된 제품인데, '우리 제품 기술력을 의심하다니!'라는 생각으로 고객을 대했던 것이다. 불량이 있으리라곤 미처 생각을 못했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