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2월 23일 서울 송파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11일 사망한 노아무개씨의 가족도 참여해 쿠팡을 규탄했다.
김종훈
4월 30일, 우리의 요구안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아래 인수위)에 전달하기 위하여 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지부, 라이더 유니온 종로 통인동으로 향한다. 지난해 11월 노동자대회 이후 두 번째로 함께하는 집회다.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른 이들을 하나로 묶는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바로 '쿠팡'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쿠팡은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자기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 문 앞에 배송되고 클릭 한 번이면 먹고 싶은 음식이 배달된다. 쿠팡은 물류, 음식배달에 더해 이제는 OTT시장까지 진출했다. 모두가 쿠팡을 보고 혁신이라고 얘기하지만 그 이면에는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물류/배달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서려있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일하고 있는 쿠팡 물류센터의 사례들을 중심으로 다루고자 한다.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왔다. 사방에 봄꽃이 만연하고 따스한 햇살과 싱그러운 봄바람이 절로 기분을 좋게 만든다. 하지만 냉난방 장치 하나 없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곧 다가올 여름이 두렵기만 하다. 더위를 먹을까봐 식염포도당을 섭취하며 일하고 땀에 찌들다 못해 옷에 소금꽃이 피는 곳 쿠팡 물류센터의 여름이다.
휴게시간은 식사시간 50분을 제외하고 20분밖에 없다. 센터에 따라 그마저도 없는 곳들도 있다. 모든 노동자들이 로켓배송을 위한 마감시간에 쫒겨가며 일하고 있다. 여름에는 더위, 겨울에는 추위와 함께하고 고강도의 노동을 하면서도 제대로 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쿠팡물류센터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것이다.
지난 2월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 한 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월에 이어 또다시 반복된 노동자 사망사고다.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기에 매년 반복되는 사망사고가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는다. 죽음의 현장 쿠팡 물류센터를 바꿔야만 한다. 냉난방 장치 설치로 더 이상 더위와 추위에 고통 받지 않는 노동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유급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적정한 인력배치를 통하여 노동강도 또한 낮춰야 한다. 노동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야한다.
하지만 그 벽이 만만치 않다. 작년 8월 부터 이미 열 차례 넘게 교섭을 진행했음에도 기본협약 체결 외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그리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또다시 죽을 수 없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우리는 거리로 나선다. 쿠팡의 혁신 뒤에 가려진 이면을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하여 인수위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