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족산성 남문전등사 경내를 감싸고 있는 정족산성은 단군의 세아들이 쌓았다고 전해진다. 이곳에서 프랑스군과의 치열한 격전이 발생했다.
운민
강화도는 발이 닿는 장소마다 역사의 향기가 봄꽃처럼 은은한 향기를 뽐내고 있다. 고인돌, 강화산성, 초지진, 보문사, 고려궁지 등 경주, 부여 못지않게 유적지의 밀집도가 높은 강화에서 오직 한 군데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상징성으로 마니산 참성단을 들 수 있겠지만 산 정상을 밟아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다. 수천 년의 세월을 간직한 강화도에서 가장 많은 여행객들이 찾고 삼국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이 고장의 역사를 담고 있는 장소를 꼽자면 당연 전등사가 첫 손에 꼽히지 않을까 싶다.
전등사는 강화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찰답게 삼랑성의 동문과 남문 두 군데서 진입할 수 있다. 나는 삼랑성에서 규모가 크고 전등사의 정문에 가까운 남문을 출발점으로 삼고, 주차장에 내려 조심스럽게 경내를 향해 걸어갔다. 생각보다 비탈길이라 걷는 길이 편하진 않지만 호젓한 숲길과 함께 흙을 밟으며 걸으니 금세 삼랑성의 남문이 눈에 들어왔다.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고 전해지는 삼랑성은 머지않은 곳에 자리한 마니산의 참성단과 함께 단군신화의 전설이 살아있는 장소다. 전등사를 중심으로 정족산 정상까지 이어져 있으며, 성벽을 한 바퀴 도는 트레킹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하지만 강화도가 근대에 들어와 외세의 침입을 많이 받은 만큼 이 장소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과의 치열한 혈전이 있었다. 하지만 양현수 장군이 이끄는 군사의 매복 작전으로 승리를 거두었던 현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