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해면맨드라미
자포동물자원 기탁등록보존기관(촬영 박승환)
- 기후변화에 의한 산호류의 변화는 통상,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요?
"산호의 종에 따라 수온 상승 등 변화 양상에 반응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똑같은 변화에 개체수와 서식지가 늘어나는 산호가 있는가 하면, 사라지는 산호도 있습니다. 제주도의 동일한 서식지에서 살아가는 밤수지맨드라미, 큰수지맨드라미, 분홍바다맨드라미의 경우, 밤수지맨드라미 유생은 큰수지맨드라미 유생에 비해 수온 변화에 민감합니다. 개체수와 피도가 많이 줄었지요. 반면에 분홍바다맨드라미는 수온 30도에서도 생존 가능하고, 오히려 지금의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 같아요.
제주도의 산호충류 전체를 이전 자료와 비교해보니, 전체 피도는 거의 비슷한데 생물다양성은 줄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예전에는 다양한 산호가 군락을 이루었으나 지금은 특정 산호를 중심으로 개체수가 확산되는 경향이 있어요. 종마다 변화 패턴이 다 달라요. 물론, 기후변화 영향으로 최근 새로이 제주도 해역에 유입되고 있는 열대종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 빨강해면맨드라미가 기후변화에 취약하다고 하셨는데, 제주도에 서식하는 산호 중에 기후변화 취약종이 또 있는지요?
"제주 남부에 주로 서식하는 산호 중에 남해안 거문도, 백도까지 북상한 종이 있어요. 검붉은수지맨드라미는 2000년대에 이미 군락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어요. 자세한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이 산호는 기후변화를 이야기하기 전부터 거문도 인근에 서식하고 있었을 겁니다.
최근 거문도 해역에 들어가 봤더니, 제주바다에 다이빙 온 느낌이었어요. 가시수지맨드라미, 큰수지맨드라미, 실해송 등 제주에 살고 있는 종의 꽤 큰 개체들이 있었고 자란 지 3년 이상된 개체도 많았어요. 국립공원연구원도 거문도 일대를 고정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 서식하는 산호종들의 서식 범위가 생각보다 빨리 북상하고 있는데, 달리 말하면 우리나라 남쪽의 해양 환경이 수온 상승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겁니다."
- 제주 전 지역 조간대의 갯녹음 현상이 심각한데요. 갯녹음의 원인으로 기후변화와 육상오염원이 각각 5:5, 6:4 혹은 7:3으로 추정하기도 합니다. 기후변화 이외에 제주도에서 발생하는 육상오염원이 산호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는지요?
"제주도의 하수 처리가 잘 안 되는 것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작년에 제주도내 하수처리시설의 방류수 수질이 전국에서 가장 좋지 않은 것으로 보도되었어요. 또한 제주도는 축산 폐수와 농업용 화학비료에 의한 지하수 오염 문제도 심각해요.
이렇게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하수와 오염된 지하수에는 내분비계 교란과 신경계 손상을 일으키는 잔류성유기오염물질이 잔존합니다. 이러한 물질에 자주 오랫동안 노출되면 산호의 세포 사멸, 생식력 감소 등이 발생합니다. 연안에 건설되는 친수시설 평가에 잔류성유기오염물질 평가항목을 넣을 필요가 있어요.
산호 연구자들은 이러한 오염물질이 산호에 미치는 영향을 유전자 발현 연구를 통해 진행하는데요. 육안으로 볼 때, 어떤 영향으로 산호가 사라진 시점에서 그 원인을 연구하는 것은 너무 늦기 때문이죠. 유전자 발현은 24시간 이내에 일어나며, 어떤 증상은 72시간 이후에 안정화되지만 또 어떤 영향으로 사멸되기도 합니다. 환경스트레스에 대한 산호 유전자의 발현 연구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민과학자 스스로 산호 조사와 분석도 가능"
- 제주도에서 펀다이빙을 즐기는 인구가 상당히 늘었는데요. 전문 산호 연구자가 아닌 취미로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도 산호를 관찰, 기록하고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있을까요.
"지금은 시민과학자의 역할이 중요해요. 저희 같은 산호 연구자가 동서남해안 전역을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히 있지요. 같은 장소, 같은 사진을 지속적으로 올려주면 좋겠어요. 산호 서식의 패턴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사라지는 산호가 확인되거나 여태 확인되지 않았던 미기록종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의 조사 지침만 있다면 시민과학자 스스로 산호 정량조사, 즉 피도 조사와 분석도 가능해요. 방형구 놓는 사람, 사진 찍는 사람, 채집과 동정하는 사람 등 최소 3인이 팀워크를 맞추면 됩니다. 안전을 위해 다이빙 기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구요. 그리고 태풍 전후 등 비슷한 시기에 관찰하는 것도 좋습니다. 산호 피도 분석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간단하게 할 수 있어요. 한두 번만 연습하면 어렵지 않게 할 겁니다.
산호 구분은 종 단위로 자세하게 할 필요는 없어요. 산을 볼 때 생태적 관점에서 숲 전체의 경향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듯이 산호도 마찬가지예요. 연산호류, 돌산호류, 해양류 등 큰 구분을 하고 자료를 오랫동안 모으면 논문 수준의 훌륭한 자료가 될 수 있어요. 자료 분석은 우리 같은 산호 전문가와 상의해도 좋겠네요."
- 해양수산부가 문섬 바닷속을 수중경관지구로 지정했고, 서귀포항 동방파제 일대에 다이빙 레저센터를 만들고 있는데요.
"작년 서귀포항 동방파제 앞에 4층 건물로 해양레저체험센터를 짓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자구리 해안 방향으로 동방파제에서 90m 정도 매립해 친수시설을 만들고 스쿠버다이빙, 스킨다이빙 교육을 하겠다고 하네요. 동방파제를 어장으로 이용하던 해녀 보상을 끝냈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 연구결과에서 확인되었듯이, 서귀포항 앞 문섬 일대는 산호의 주요 서식지입니다. 공사 중 산호 영향을 줄이고, 공사 후 3년 동안 산호 영향을 모니터링할 것을 제안했어요.
제주도의 연안 개발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로 나가지 못한 다이버들도 제주로 몰렸어요. 관광 개발에 대한 압력은 상당하구요. 제주만 아니라 강원도 고성 등 연안 개발에 대한 평가, 자문이 자주 들어와요."
- 산호 조사를 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산호 연구자들이 챙겨야 할 행정 절차가 너무 복잡해요. 우리가 제주바다 산호 조사를 하려면 몇 개월 전부터 준비합니다. 어선을 섭외해 조사에 적합하도록 선박 특별검사를 받아야 해요. 선박 렌탈비도 여러 조사를 하기에는 부담이에요.
천연기념물 문섬이나 범섬을 조사하거나 산호 샘플을 채취하려면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야 하구요. 조사 준비를 마치고 현장에 갔을 때 지역의 낚시꾼과 마찰이 있어 조사를 못했던 경험도 있어요.
마지막으로, 제주도는 지금 현재, 이용의 관점이 매우 큽니다. 이제는 가치에 관한 이야기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제주바다에는 아름다운 산호가 살고 있습니다."
▲ 기후위기 최전선, 제주바다 인터뷰 - 제주산호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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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에는 아름다운 산호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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