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돌산호 군락
녹색연합
- 제주바다가 100년 후면 일본 오키나와 바다처럼 된다는데, 미래의 모습을 그려본 적 있나요?
"그렇게 된다면 차라리 다행일 거예요. 오키나와는 해조류도 잘 붙어있고 산호도 잘 서식하고 있거든요. 지금 제주바다의 문제는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열대, 아열대 생물이 몰려와 대신 살아줘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환경이라는 데 있어요. 수온이 상승한 것은 확실한데, 어떤 문제인지 몰라도 아열대성 부착동물마저도 여기서 정착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관찰돼요. 과거에 살았던 종의 영역이 다른 종으로 대체되는 것은 천이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현재 상황은 생물의 절멸에 가까운 형태로 관찰되니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단순히 기후변화의 측면으로만 이해하기는 어려워요."
- 지난해 녹색연합이 제주도 조간대 갯녹음 조사를 하며 박사님의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요. 제주 전체 해안마을의 조간대 200군데를 조사하며, '이 정도로 조간대에 해조류가 없다니!' 하며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아마 여름에서 가을 즈음 조사해서 더 놀랐을 거예요. 4월에 조사하면 해조류가 자라서 이전에 휑하던 곳 중 울긋불긋하게 변한 곳이 좀 있을 거예요. 요즘은 불등풀가사리 같은 계절성 떼조류(turf algae, 사상체 혹은 단순형 대형 조류로서 보통 잠긴 기질 표면에서 털 매트 모양으로 자라는 형태)가 자라는 시기입니다. 그러나 계절성 떼조류는 추울 때 번성했다가 싹 사라져버려요. 원래는 그 자리에 톳과 지충이 같은 다년생 해조류가 들어서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게 거의 사라지고 없는 게 문제이긴 해요."
- 제주도 조간대, 조하대 해조류의 정상적인 분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
"해조류는 온도나 수온, 파도 등에 민감해서 자기가 견딜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싶어 해요. 조간대의 경우, 여름에도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바위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건조에 내성이 있는 해조류가 살아요. 조하대가 시작되는 부근에 서식하는 해조류는 파도에 내성이 있죠. 예를 들자면, 조간대는 건조에 강한 패가 맨 위에 있고, 그 다음에 파도에 강하면서 다소 건조 내성을 갖는 지충이, 톳, 꽈배기모자반(또는 조간대 모자반 류), 가장 아래에 파도에 강한 우뭇가사리, 서실류와 같은 떼조류가 순차적으로 분포하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이에요.
조하대에서는 중등도의 파도가 치는 상황을 기준으로 수심 5m까지 파도에 비교적 강한 큰잎모자반, 쌍발이모자반 등 다년생 모자반류가 분포하고 그 이하 수심으로는 잎이 넓어 파도에는 약하지만, 빛을 잘 이용할 수 있는 감태의 생물량이 점점 증가하게 되죠."
- 조간대 해조류의 훼손이 점점 심해지는 상황인데요. 제주바다의 바다숲을 복원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요.
"오염물질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죠. 온난화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현상이 있어요. 제주도의 섬들인 문섬, 마라도, 형제섬 등은 조하대에 해조군락이 아직 건강하게 남아 있어요. 그런데 서귀포 법환, 안덕면 사계 등 연안 쪽은 섬 지역에 비해 수온이 더 높지 않은데도 해조류가 먼저 사라졌어요. 서귀포 표선면도 해조류 감소 현상이 매우 심해져 가고 있는데, 이보다 더 따뜻한 마라도 조하대 해조류는 아직 잘 서식하고 있어요. 이렇듯 연안 쪽 해조류 군락이 사라지는 것은 온난화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육상오염물질에서 원인을 찾아야 해요.
당연히 사람의 영향 때문이겠죠. 제주도 인구수가 증가한 만큼 우뭇가사리, 모자반 생산량은 감소했어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사람이 가장 큰 원인이고, 사람들이 어떤 행위를 하고, 바다에 무엇을 버리는지, 그 버린 것 중에 어떤 물질이 해조류 군락을 훼손하는지 먼저 진단하고 그 원인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