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의 광화문, 중앙청, 북악산 풍경
NARA
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 나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구문의 진창을 연상하고 인환네
처갓집 옆의 지금은 매립한 개울에서 아낙네들이
양잿물 솥에 불을 지피며 빨래하던 시절을 생각하고
이 우울한 시대를 파라다이스처럼 생각한다.
버드 비숍여사를 안 뒤부터는 썩어빠진 대한민국이
괴롭지 않다 오히려 황송하다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
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
나에게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이
있는 한 인간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
-김수영 '거대한 뿌리'
나는 이런저런 글감을 얻고자 국내외 역사현장 답사를 20여 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른바 선진국은 설사 조상의 어둡고 부끄러운 역사일지라도 있는 원형 그대로 보존하면서 후손들에게 바른 역사의 진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웃 중국도 오랜 굴종의 역사에서 해방된 뒤, 온 나라 곳곳에 있는 역사의 현장에다 '물망국치(勿忘國恥, 나라의 치욕을 잊지 말자)' '전사불망후사지사(前事不忘後事之師, 지난 일을 잊지 말고 후세의 교훈으로 삼자)'는 글을 돌에 새겨 놓고 지난 치욕의 역사를 교훈으로 삼아 후세들에게 가르치고 있었다.
역사학자 김성식은 <내가 본 서양>에서 "영국 사람은 역사를 아끼며, 프랑스 사람은 역사를 감상하고, 미국 사람은 역사를 쌓아간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들은 비록 사소한 것일지라도 역사가 있으면, 이를 아끼고 그대로 보존하며 원형을 손상치 않고자 심지어는 건물의 먼지를 닦는 것조차도 주저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일부 정치지도자들은 역사를 왜곡하거나 역사물을 지워버리는 일에 주저함이 없었다. 혹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역사 단절쯤은 쉽게 생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