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네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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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전, 나는 수년 동안 쉬지 않고 매년 뮤직 페스티벌을 다녔던 페스티벌 고어(festival goer)였다. 매년 어떤 아티스트가 내한 공연을 오는지를 살펴보았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모여서 맥주 한 잔을 기울이고, 공연을 보는 것이 삶의 큰 즐거움이었다.
그중 가장 즐거웠던 경험은 2019년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이다. 후지 록 페스티벌은 니가타 현의 나에바 리조트에서 2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대형 뮤직 페스티벌이다. 산과 숲, 거대한 자연의 이점을 십분 살린, 대표적인 축제다. 다양한 뮤지션과 풍부한 콘텐츠는 영미권의 뮤직 페스티벌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열 개가 넘는 무대에서 다양한 뮤지션의 공연이 펼쳐지기 때문에, 어떤 공연을 몇 시에 볼 것인지 시간표를 잘 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첫날 밤, 메인 무대인 '그린 스테이지'에서는 일렉트로니카의 거장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의 공연이 펼쳐졌다. 화려한 LED 영상과 함께, 케미컬 브라더스 특유의 몽환적인 사운드가 산 중턱까지 퍼져 나갔다.
그런데 케미컬 브라더스의 공연을 70분 이상 보았을 때쯤, 마음 한구석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화이트 스테이지'에서 톰 요크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톰 요크는 현세대 가장 위대한 밴드인 라디오헤드(Radiohead)의 리더다. 라디오헤드의 팬으로서, 머나먼 땅까지 와서 그의 모습을 보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20분 거리를 10분 만에 주파해서 달려갔다. '비켜! 비켜!'라고 한국어로 외치면서.
그리고 마침내 전자 비트에 맞춰 춤을 추는 톰 요크의 모습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미니멀한 일렉트로니카 비트에 맞춰 춤을 추는 그의 모습을 보니 전율이 일었다. 남은 40여 분 동안 공연을 충분히 즐겨야 했지만, 그래도 맥주가 없으면 분위기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한 마음에 무대 옆 맥주 부스에서 600엔을 주고 하이네켄 생맥주를 샀다. 빨간 별 모양이 새겨진 플라스틱 컵에 맥주가 고봉밥처럼 쌓였다. 2박 3일 동안 생맥주는 언제나 나와 함께 있었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시아(Sia)가 '샹들리에'를 부르고 있을 때도, 한 손에는 맥주가 들려 있었다. 비에 흠뻑 젖은 그날의 맛이 잊히지 않는다.
하이네켄이 꿀맛이었던 이유는?
하이네켄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라거 맥주다. 체코식 필스너의 영향을 받은 페일 라거(Pale Lager)로서, 투명한 황금빛 외관이 눈에 들어온다. 쌀이나 전분, 옥수수 등의 부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독일의 맥주 순수령에 근거하여 물, 보리, 홉, 효모만을 활용했다.
1866년, 프랑스의 생화학자 루이 파스퇴르의 제자인 H 엘리온 박사가 하이네켄 고유의 맥주 효모를 개발했고, 이 효모는 2022년인 지금까지도 그대로 활용되어 오고 있다. 국내의 대기업형 라거 맥주들과 비교했을 때, 쓴맛이 더욱 두드러진다. 맥아가 만드는 은은한 단맛 또한 느껴진다. 아무런 저항 없이 넘어가는, 부드러운 라거의 표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