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상모동의 박정희 생가
박도
제20대 윤석열 정부 출범에 앞서 민생문제보다 청와대 이전 문제로 왈가왈부하는 걸 보며, 산골 서생이 듣기에 민망하여 일자 올린다. 지금 코로나19 여파인 오미코론 창궐과 동해안 산불 재앙으로 민심이 매우 흉흉한 이 시국에 멀쩡한 청와대를 두고 광화문 이전이네, 용산 이전이네로, 강원 산골사람까지 화나게 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자 측은 대선 공약으로 청와대 이전을 내놓은데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밝힌 상태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더구나 대선 과정에서 윤 당선자의 부인 김건희씨가 한 매체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영빈관을) 옮길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풍수지리를 염두에 두고 청와대를 이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청와대 이전 이슈를 둘러싸고 풍수지리설이 언급된다는 자체만으로 다소 황당하다. 전시대의 풍수지리설에 세계 10대 경제국이라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함몰된 느낌이다. 이는 시대와 역사를 거꾸로 돌려놓은 행위로, 새 정부 출범에 앞서 뜻있는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폐 일언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명당은 사람이 만든다.
한 일화를 들려드린다. 내 고향 구미에는 장택상 생가와 박정희 생가가 철길을 사이에 두고 직선거리로 4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추풍령 이남에서 최대 갑부였던 장택상 전 국무총리 선조가 신라 때 도선이 금오산 기슭에 장차 군왕이 태어날 명당이 있다고 하여, 낙동강 건너 인동에서 금오산 남쪽 기슭 오태동으로 이사하여 당시로서는 으리으리한 집을 지었다.
인동 장씨들은 그곳에 살면서 그네 후손이 대권을 잡는 꿈을 꿔 왔지만 거기에는 오르지 못하고 국무총리로 끝났다. 이후 그 집은 한때 절이 되었다가 몇 해 전 필자가 답사할 때는 한식집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