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민주화운동 39개 단체들이 결성한 학원안정법반대투쟁전국위원회에서 김대중 김병걸 송건호 계훈제 등 재야인사들이 모여 학원안정법 철회 요구 성명을 발표하는 장면
민청련동지회
"종교는 반딧불이와 같아서 반짝이기 위해서는 어둠이 필요하다."
소펜하우어의 말이지만, 어둠이 있어서 반딧불이의 존재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전두환 5공정권의 어둠은 쉽게 걷히지 않았다. 반딧불이의 역할이 더 필요한 것이다.
전두환 정권은 1985년 8월 5일 '학원안정법' 제정을 밝혔다. 노골적으로 대학을 탄압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이에 앞서 7월 16일 문교부가 공개한 <학원소요백서>에는 학원자율화 이후 3,800회의 시위에 연 인원 98만 여 명이 참가, 이 시위로 인해 형사조치된 학생 수가 9천여 명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즈음 전국 각 대학에서 총학생회 사무실과 학생회관 서클 등을 수색, 유인물 등 2천여 점을 압수했다.
사제단은 8월 5일 동대문 천주교회에서 모임을 갖고 해고 노동자와 가톨릭대학생 연합회 회원들의 사례보고를 듣고 학원안정법 제정을 비판했다. 김수환 추기경도 9일 정부 여당의 학원안정법 제정을 철회토록 촉구했다. 사제단은 8월 12일 충주 수안보에서 '전국 모임'을 갖고 거듭 악법제정 반대를 분명히 했다. 사제단을 비롯 국민의 반대로 정부ㆍ여당은 결국 학원안정법 제정을 철회했지만, 그 대신 국가보안법을 남발하여 비판세력을 더욱 옥죄었다.
사제단은 10월 14일 혜화동 천주교회에서 500여 명의 성직자, 수도자,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의와 평화를 위한 기도회'를 갖고 최근의 수사기관의 고문 사태와 민주화 운동에 대한 탄압 경위를 보고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는 참담하게 벌어지고 있는 폭력과 기만, 불의와 비리를 보고만 있는 것은 분명 하나의 죄악이라고 주장하고 언제 어디서나 민중과 함께 깨어 혼탁한 사회 속에서 횃불이 될 것임을 다짐했다.
또한 사제단은 정치ㆍ경제ㆍ문화ㆍ남북 대화ㆍ사법ㆍ학원 문제 등 최근의 사회 문제에 관해 의견을 표명하고 "사상 유례없이 전개되는 검거 사태와 점등하는 인권 유린 그리고 정치범의 증가에 즈음하여 그 가족들의 고통에 위로를 전한다."라고 밝히면서 이들에 대한 법률 구조 활동과 이 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늘 깨어 있는 모습으로 노력을 전개할 것임을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