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말아야 김밥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김에 싸먹는 땡초볶음밥
이은지
김밥용 김이 집에 없기도 했고, 김에 밥을 올리고 돌돌 말고 그걸 한입 크기로 써는 과정이 귀찮아서 이렇게 먹어봤는데 맛이 기대 이상이었다.
구운 김 위에 볶음밥을 얹으니 김도 더 바삭하고, 밥도 더 고슬고슬하게 느껴졌다. 거기에 곁들인 마요네즈가 풍미를 더 해줬다.
완성된 음식이 처음 내가 계획했던 완벽한 모양의 김밥은 아니었지만 가지고 있던 재료로 즉흥적으로 만들어본 새로운 김밥이 날 행복하게 했다.
아무리 촘촘하게 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그리고 내 뜻이 확고하다고 해도 인생엔 크고 작은 변수들이 너무 많다. 언제든지 계획이 틀어질 수도, 내 뜻이 좌절될 수도 있다.
마음이 복잡할 때 날 위해 만드는 음식은 위로가 된다. 맛있는 음식은 먹을 때만큼이나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힘이 있다.
완벽한 김밥의 모습이 아니어도 괜찮다. 가지고 있는 재료로 입맛에 맞게 만든 나만의 김밥도 충분히 의미 있고 맛있었다.
김밥이라고 꼭 말아야 완성되는 게 아닌 것처럼,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서 조금 부족하다고 해도 그 나름대로의 의미와 행복을 찾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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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오후에 마시는 아이스바닐라라떼만큼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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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싼다고 장 보지 마세요, 이거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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