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를 감싸고 있는 치악산
박도
이 세상 소풍을 마무리하고 싶다
모든 생명체는 물을 떠나서 살 수가 없다. 한 방울의 물은 하찮게 보이지만 그 물이 모이면 소나기도 되고, 마침내 거대한 급류로 배도 뒤집기도 하고, 바다에 이르면 때로는 엄청난 해일로 무서운 물폭탄이 되기도 한다.
물은 겸손하다. 늘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른다. 물은 바다로 가다가 바위를 만나면 돌아서 가고 저수지를 만나면 잠시 쉬어서 간다. 하지만 끝내 바다에 이른다.
나는 남한강 강둑을 미음완보(微吟緩步) 하면서 인간과 역사, 그리고 삶과 죽음 등 근원 문제에 골똘히 빠졌다. 그 결론은 '영원한 것은 없고 어느 생명체든 저 강물처럼 제 길을 따라 흘러간다'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어느새 내 인생도 강 하구에 이른 듯하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좀 더 성실히 살지 못한 게 후회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어찌하랴. 이 시점에 남기고 싶은 말이다.
'살아있는 동안 남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하라'
무릇 사람이 산다는 것은 죄를 짓는 일이 아닐까. 이즈음 따라 지난날 잘못한 일들이 새록새록 돋아나 나를 괴롭힌다. 남은 날 동안 이승에서 그동안 알게 모르게 지은 숱한 죄를 깊이 참회하면서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조용히, 이 세상 소풍을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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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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