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쇼를 만들기 위해 끓이는과정다양한 향신료를 넣고 만드는 뱅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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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삼국지연의'에도 관우가 데운 발효주를 마셨다는 대목이 나온다. 적장의 목을 베러 출전하는 관우에게 조조가 데운 술을 권하자, 갔다 와서 마시겠다고 사양한다. 순식간에 적장의 목을 베고 온 뒤 그 술을 마시니, 술은 식지 않고 여전히 따뜻한 상태였다고 적혀 있다. 발효주라는 단서로 소흥주(사오싱주·紹興酒)라고 추측한다. 황주 중에서도 대표로 꼽는 소흥주는 따뜻하게 데워서 마셔야 그 풍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우리에게는 따뜻하게 마시는 술 문화가 있었을까? 이규보의 시 '겨울밤 산사에서 간소한 주연을 베풀다'에 막걸리를 데워 마신 내용이 나온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17년(1435) 1월17일 기록에는 '음복에 데운 술을 쓰게 하다'라는 기록도 있다.
이 밖에도 1837년대 70여 가지의 전통주 제조법이 기록되어 있는 '양주방'에는 창포주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데, 여기도 데워 마시는 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중략) 가을이나 겨울에 두 이레 만에 봄이나 여름엔 한 이레 만에 떠서 하루 세 차례씩 너홉들이 잔으로 따뜻하게 데워 먹으면 늙지 않고 튼튼하여지며 정신이 좋아진다."' 창포주를 따뜻하게 데워 먹으면 건강해진다는 이야기다.
또한 17세기 말에 쓰인 '주방문'에는 끓이는 술인 자주(煮酒)가 소개되어 있다. "좋은 청주 5대야에 후추 3돈, 황밀(꿀) 3돈 얇게 저며 넣고 병뚜껑을 막아 중탕하여 달여 밀이 다 녹거든 내어 쓰라"고 적혀 있다.
근현대에 들어와서도 따듯하게 마시는 술 문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다. 1937년 11월 9일 조선일보 신문에는 '술맛이란 데우기에 달려'라는 기사가 있다. 술을 데워먹으면 술맛을 좋게 한다는 이야기와 데워먹는 시기로 9월 9일(중양)에서 다음 연도 3월 30일까지가 좋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조선약주, 막걸리, 정종 모두 가능하고 독소가 발산해버리고 향기가 더해진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술을 데울 때는 사람의 몸 더위만큼 데우면 되고 데울 때는 구리쇠 그릇이 가장 좋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