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사무소
김부규
- 자격증을 취득할 때 공부는 얼마나 하신 건가요?
"저는 96년도에 공부를 시작해서 98년도에 합격했어요. 제가 이과 출신이기 때문에 시험 준비는 그렇게 어렵진 않았어요. 저는 독학으로 혼자 공부했어요. 주변에서 친한 관리소장하시는 분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시설에 대해서도 많이 가르쳐줬어요.
자격증 중에는 주축이 되는 자격증이 있고 거기에 부수적으로 따라가는 보조 자격증이 있어요. 주택관리사 자격증이 있으면서 추가로 있으면 가점이 되는 자격증으로는 소방안전관리자, 조경기능사, 전기기능사가 있어요. 그다음에 소독이나 물탱크 청소 등에 필요한 '위생사'가 있고요. 그래서 하나의 자격증으로 취직한다기보다는 그런 연계 자격증이 있으면 취직할 때 훨씬 유리하죠."
- 소장 재임 중 힘든 일이 있으셨다면?
"시설 관리 업무는 사람을 다루는 부분이 많아요. 아주 악질 민원이 있긴 하지만 제가 직장생활하면서 겪은 것보다 그렇게 심하진 않아서 괜찮아요. 입주민 중에 질 나쁜 사람도 분명히 있어요. 그걸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이지요. 첫 번째는 도덕성의 문제죠. 입주자가 관리사무소에 와서 욕하고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약점을 잡혔기 때문이에요. 그 약점이 뭐가 있겠습니까? 부정한 짓을 하는 게 약점이거든요. 약점이 없으면 동등한 관계로 큰 소리치며 맞대응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정직하고 투명해야 해요.
본인이 걸어가다가 미끄러져서 넘어졌다고 주장하고 보험 처리해 달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런데 보험 처리를 함부로 해 주는 게 아니에요. 배상책임은 과실이 있어야 되거든요. 어떤 사람은 자기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장기간 민원을 넣고 관리사무소를 괴롭혀요. 거기에 한번 굴복하면 그 사람은 개인의 필요에 따라 조그마한 이상이 있을 때마다 똑같은 방법으로 괴롭혀요."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우리 아파트에도 소문난 민원인이 살아요. 그 사람은 법대로 다루면 꼼짝 못해요. 시청에 가서는 큰소리 뻥뻥 치며 공무원을 괴롭히지만, 여기 와서 큰소리 치면 '왜 큰소리 치냐? 나가라'고 해요. 그런 사람한테 약점 잡히면 소장으로 있는 동안에 끌려 다녀요. 그리고 경비원한테 갑질하는 주민들이 분명히 있어요. 동대표들 중에도 나쁜 사람이 있어요. 그러나 그런 사람들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아요.
좋은 얘기로 기억이 남는 에피소드는 90세 넘은 할머니가 손가락 두 개만한 옥수수를 손수건에 싸가지고 와서 '예쁜 소장님 먹어라'라고 하면서 하나 꺼내 주셨어요. 그런데 그분이 치매가 조금 있으셔서 본인이 준 걸 잊어버렸어요. 그분이 기억에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