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산실 <장총>의 한 장면.
필립리
- 한국 오페라의 미래는 어떻게 예측하는가?
"2000년에 들어오면서 '창작산실'이 작은 단초가 됐다. 서울시에서도 '카메라타'도 있었다. 이제는 한국 오페라가 한국의 배경, 장르로 이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오페라의 400년과 한국오페라의 70년에서 맥락이 있는 것뿐이다. 실제로 400년 역사를 거치는 동안 모차르트 22개 중 우리가 아는 것은 단 4개뿐이다. 베르디의 작품들 중 일반적으로 많이 공연되는 것은 6, 7개밖에 안 된다. 역사에 남은 세계적인 작곡가들도 수십 개의 오페라를 작곡했을텐데, 우리가 몇 개의 작품만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한국에서는 대본, 오페라 전문 작곡가, 작가가 이제 시작하는 태동기다. 완벽하고 누가 봐도 재미있고 독특한 작품이 나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굳이 영화에 비유해보자. 최근 한국영화가 외국에 어필되는 이유는 지난 수십 년간 세계가 하나의 구조를 갖게 되면서부터다. 동시대에서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똑같은 감수성을 느끼는 교집합이 생기면서 서로 공감할 수 있게 된 것처럼 한국 오페라도 이제는 세계에서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이런 움직임은 더 적극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그전에는 서양 오페라를 인지하고 서양음악가로서 작품을 한국 고전(춘향전, 심청전)으로 진행했다면, 시대를 투영하고 감수성이 담긴 소재를 발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음악적 기법이 예전에 비해서 다양하고 테크닉이 좋아졌다. 한국 오페라가 발전할 수 있는 타이밍이 바로 지금이다."
- 오페라의 특징을 "대상의 흐름이 음악적인 오페라는 악보를 다 분석하지 못하면 힘들다. 작곡가는 대본을 읽고 그 느낌을 악보에 넣는다. 악보에 숨겨진 의미를 시각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면 오페라는 산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만들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했는가?
"(오페라 연출가로서) 세계적인 예술가인 모차르트, 푸치니를 만나고 있었는데, 살아있는 음악가, 오페라 작곡가로 활동을 시작한 분의 스타일을 알 수 없고 레퍼런스가 전혀 없기 때문에 작품의 구조를 파악하는데 어려웠다. 그분들(안효연 작곡가, 김은성 작가)이 어떤 상상력을 거쳐왔고, 어떻게 만들어왔는지에 대한 리서치나 레퍼런스를 (제가)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장점은 작가랑 바로 앉아서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은 너무 좋았다.(웃음)"
- 안효영 작곡가는 2년 전에 서울시오페라단에서 <텃밭킬러>로 함께 작업해보지 않았나?
"단편만 보고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리고 안 작곡가는 세상에 내놓은 첫 작품인데 그 작곡가의 스타일을 단정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데뷔작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더 가까이 바로 옆에서 많은 얘기를 나눴고 공감하면서 작품을 완성했다."
- 2017년부터 4년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으로 활동하면서 최근 임기를 마쳤다. 최근 1년 동안 예술감독에서 연출가로 역할이 변했다. 무엇보다 작품을 만들 때도 연출가와 예술감독의 역할이 구분돼야 생각한다.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
"예술감독이 '그 작품을 결정하는 사람'이라면, 연출가는 '그 작품을 온전히 책임지는 사람'이다. 어떤 작품을 하겠다는 결정은 예술감독이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구성하는지는 연출가가 그리는 것이다. 똑같은 산을 그려도 수묵화, 점묘화, 모자이크로 그릴 수 있는 것처럼 그림을 요리해내는 것은 연출가의 영역이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배경을 만들어놓는 것은 예술감독의 일이다."
- 예술감독에서 연출가로 돌아왔는데 어떤가?
"원래 연출가였다. 서울시오페라단에서 예술감독으로 역할을 경험했을 뿐이다. 이질감은 전혀 없고, 지금은 원래 하는 일로 돌아와서 너무 즐거울 뿐이다."
■ 이경재 연출가는 서울대 성악과, 미국 인디아나 대학교 오페라 연출 석사, 성균관대 공연예술대학원 박사 수료했다. 연출한 오페라 작품으로는 <비밀결혼>, <바스티앙과 바스티엔느>, <피가로의 결혼>, <코지 판 투테>, <돈 조반니>, <마술피리>, <세비야의 이발사>, <돈 파스콸레>, <사랑의 묘약>,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로미오와 줄리엣>, <라 보엠>, <쟌니 스키키>, <한여름밤의 꿈>, <도요새의 강>, <노처녀와 도둑>, <아말과 동방박사들>, <한울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등이 있다. 2016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연출상 수상했으며, 서울대학교 오페라 연구소 상임연출과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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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예술만 씁니다." 20년 넘게 문화예술계 현장에 몸담고 있으며, 문화예술 종합시사 월간지 '문화+서울' 편집장(2013~2022년)과 한겨레신문(2016~2023년)에서 매주 문화예술 행사를 전하는 '주간추천 공연·전시' 소식과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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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페라가 세계로 뻗어나갈 타이밍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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