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재개발 구역내 철거민들이 망루에 올라 저항하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경찰 1명과 철거민 6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권우성
2009년 1월20일, 서울 용산4구역 철거민들이 남일당 건물 망루에 올랐다. 원주민에 대한 대책 없는 개발정책으로부터 삶의 터전에서 쫓겨날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었다. 용산 재개발 사업에는 150층 빌딩 건설 등 사업비만 28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개발이익이 걸려 있었다. 시공사들이 얻는 이익은 4조원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상가 세입자들은 사업 결정과 추진 과정은 물론 개발이익으로부터도 철저히 배제됐다. 이주 보상비만으로는 살길이 막막한 그들에게 망루 농성은 벼랑에 몰린 생존권의 절박한 표현이었다. 생존권은 사람으로서 생존하는 데 필요한 것을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이후 영화에나 나올법한 상황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망루를 쌓아 올린 지 하루도 채 안 돼 대테러진압에 투입된다는 경찰특공대가 투입됐다. 경찰특공대를 태운 컨테이너가 지게차에 실려 망루로 날아올랐다. 무장한 200여 명의 경찰특공대가 30여 명의 철거민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했다.
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철거민 5명, 경찰특공대원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서울경찰청은 순직한 김남훈 경장에 대해 경사로 승진시키고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김 경사는 서울 가락동 경찰병원에서 서울경찰청장 장으로 장례가 거행된 뒤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