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식물원 열대관. 젊은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들이를 나왔다.
오창환
추운 겨울에는 식물원처럼 따뜻하고 비바람을 막아주는 건물에서 그리면 좋다. 서울 식물원 열대관에서 그림을 그리려고 자리를 잡았는데, 천장에 맺힌 결로가 대추알 만한 물방울이 되어 떨어진다. 색연필로 그리길 잘했다. 수채 물감으로 그렸으면 낭패였을 것 같다.
서울 식물원은 2019년 5월 1일 서울 강서구의 마곡지구에 들어섰다. 진입공간인 열린숲, 온실과 야외정원으로 이뤄진 주제원, 휴식·산책 등이 가능한 호수원, 습지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습지원 등 네 군데로 구성돼 있다.
메인 건물인 온실은 지름이 100m로 축구장 크기와 맞먹으며 지하 2층, 지상 4층 즉 아파트 8층 높이로 지어졌다. 다른 온실들은 대부분 중앙부가 볼록하게 솟은 돔 형태로 만드는데 반해 서울식물원은 가장자리가 높고 중앙부가 낮은 오목한 접시 형태로 구성하여 관람객의 편의를 도모했다.
그간 거대 도시 서울에 걸맞는 식물원이 없었는데, 서울 식물원은 서울의 얼굴 역할을 하기에 손색이 없다. 단 코로나 시절에 개관해서 그런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시간은 항상 식물 편이다. 식물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성해지고 풍부해진다.
식물원 계단을 올라가면 온실 안을 들여다보는 거대한 핑크색 곰이 보인다.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이 곰은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의 한 건물 앞에 있는 빅 블루 베어 (Big Blue Bear)에서 차용한 것이다. 로렌스 아르젠트(Lawrence Argent) 작가의 2005년 작품인데 만들자마자 화제가 되면서 덴버시의 주요 상징물 중 하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