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일 시인의 시집 '미풍해장국'
솔출판사
물가는 미친 듯 오른다고 합니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탓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금리도 올리고, 덩달아 대출금리도 올라간다고 합니다. 전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저 풀린 돈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돈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하늘로 솟구친 것입니까. 땅으로 꺼진 것입니까. 아니면 누군가의 엉덩이 밑에 깔린 것입니까.
시인의 아들은 죽 한 그릇에 무슨 9000원이나 하냐면서 투덜거리고 있습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죽 한 그릇에 무슨 9000원입니까. 찹쌀에 물 넣고 약간의 재료(재료비)를 넣고 끓이는 것이 전부입니다.
조금만 더 면밀히 살펴볼까요, 인건비와 프렌차이즈 수수료도 얼마 더 들어갈 것뿐입니다. 임대료가 포함될 것이고요, 전기료, 난방비, 관리비도 들어가겠죠. 카드로 계산할 테니 카드 수수료도 들어갈 것이고요, 10%의 부가세도 붙겠습니다. 어… 9000원 하겠는데요.
우리는 생각보다 복잡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거미줄처럼 복잡해서 인드라의 구슬이라고 불러도 부족하지 않겠습니다. 빼곡한 그물처럼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죠. '죽값이 저렇게 비쌀 수 있어'라고 투덜거릴 수 있지만,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규칙'에 맞게 운영되는 것뿐입니다.
그래서요, 우리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적정한 소득'이 필요합니다. 해고가 곧 벼락 거지로 이어지는 까닭, 소득이 멈추는 순간 지금까지 지켜왔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영끌 족'의 경우 더욱 심각한 까닭은 소득의 대부분을 아파트 대출금으로 상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직장을 다니는 유일한 까닭이 아파트 대출금 상환 때문이라고요. 만약, 대출금 상환 도중 집값이 내려가고, 해고까지 당한다면, 이 사람들의 인생은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느냐의 노력과 상관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과연 우리가 바라보려는 세상은 무엇입니까.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들이 따뜻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닙니까. 아픈 사람들이 조건 없이 치료받을 수 있고, 배고픈 사람들이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아닙니까. 그런데 왜 이것이 이토록 어려운 것입니까.
우리가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데올로기를 떠나서,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의 '민주*', 그 바탕은 왜 그리 어려운 것입니까. 제가 너무 이상주의적인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인가요?
*민주(民主) :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의 의미이다.
시 쓰는 주영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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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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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값 9000원이 비싸다는 스물한 살 아들의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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