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R 하단에는 '우리는 불법 자료를 허용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혀있다. 이들의 공지는 기만적이었다.
추적단불꽃
사이트 R에 잠입하다
우리는 디지털성범죄 피해물이 끊임없이 공유되는 사이트 R의 실태를 파악하고자, 직접 그곳에 잠입했다. 어떤 종류의 디지털성범죄 피해물이 공유되는지 모니터링하고 경찰과 방심위에 신고하기 위함이었다. 사이트 R 운영자는 본인 사이트에 올라오는 피해물을 불법자료가 아닌 척 관리했다.
예컨대 사이트 메인 화면 상단 공지에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배포·소지한 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적어뒀고, 사이트 하단에는 '우리는 불법 자료를 허용하지 않습니다'라고 써뒀다. 이미 우리는 사이트 R에 디지털성범죄 피해물이 유포되고 있음을 피해자로부터 제보 받은 상태였기에 이들의 공지는 기만적이었다.
그러나 사이트 R에서 피해물들이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모르는 상태로 본다면, 외관상 디지털 성범죄와는 관련이 없는 불법 도박 사이트 정도로 여길 법 했다. 회원 가입 후 7일 간은 사이트 활동 권한이 극히 제한적이다. 7일이 지나면 일부 게시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때문에 경찰에 신고를 해도 수사관이 사이트에 미리 가입해두지 않은 이상, 실시간으로 조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실제로 지난 10월, 수도권의 한 지역경찰서 수사관은 우리가 신고한 사이트 R을 수사하려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신고할 때 사용한 모니터링용 계정(아이디와 비밀번호)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 우리가 신고를 하고 10일이 지난 뒤였다.
자료에 접근하는 지름길 = 돈
자유게시판을 모니터링 하다보니 디지털 성범죄 피해물은 자료실에서 거래가 된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곳에서 공유되는 모든 성착취 피해물은 속칭 자료로 취급됐다. 포인트와 피해물이 서로 교환됐다. 이런 피해물을 모아 둔 자료실 폴더에는 총 세 개의 하위 게시판이 존재했다. 각 게시판에 들어가려면 특정 레벨에 도달해야 하는데, 두 개의 게시판은 레벨2 이상, 다른 하나의 게시판은 레벨이 15 이상 돼야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곳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얻으려면, 우선 레벨을 높여야 했다. 레벨을 높이려면 포인트를 쌓아야 했는데, 0~100포인트까지는 레벨 1로, 101~399포인트까지는 레벨 2로 계산됐다. 로그인할 때마다 주는 출석 포인트가 있지만, 30일을 꼬박 출석해야만 자료실 게시판 일부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겨우 레벨 2에 도달할 포인트를 얻은 회원들을 감질나게 하려는 듯, 자료를 내려 받는 순간 포인트가 깎이는 시스템이었다. 각각의 게시판에는 각종 상업포르노와 영화는 물론, 불법촬영물과 비동의 유포물 등의 범죄피해물이 셀 수 없이 많았다.
다량의 자료에 빠르게 접근하는 지름길은 결국 사이트에 입금하는 것이었다. 직접 사이트에 입금하는 것 외에도 불법도박사이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충전하면 사이트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가 지급됐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사이트 R 및 불법도박사이트에 돈을 입금하고 포인트를 쌓아 레벨을 높이는 것을 포착했다. 이용자들이 사이트에 입금하고 게시판에 입금했다는 글을 남기면, 이를 확인한 운영자가 입금한 금액에 상응하는 사이트 R 포인트를 지급했다. 입금 확인 게시판에는 7월 7일부터 12월 7일까지 무려 525건의 입금 확인 요청글이 올라왔다.
포인트는 사이트에 자료를 올리거나 후원을 하면 쌓였다. 불법촬영물과 같은 디지털성범죄 피해물은 영화, 드라마, 예능 등 저작물을 올렸을 때보다 10배나 많은 포인트가 업로더에게 주어졌다. 사이트 R에는 피해물 공급자 역할을 하는 헤비업로더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피해물은 물론 피해자의 신상 정보까지 캐내 올렸고, 사이트 회원들은 "제가 댓글로 전에 요청드렸던 자료네요 감사합니다", "언제나 님 덕분에 기대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공유만 해주신다면 포인트는 얼마가 되든 상관없어요" 라고 댓글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