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둥이(순판)로 살갗을 자르고 피를 빠는 왕소등에.쇠파리라고도 불리우며 영어권에서는 말파리(horsefly)라고 한다.
이상헌
곤충계의 흡혈귀는 모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흡혈 곤충 중에서 모기를 제외하면 소등에가 있다. '등에'의 사전적 설명은 '피를 빠는 파리의 총칭'인데 어원은 아주 단순하다. '소 등에' 앉아서 피를 빨므로 소등에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꽃 위에 앉아서 흡밀하는 곤충이 '꽃등에'다.
왕소등에의 몸길이는 30mm에 이르는데 벌과 흡사하게 생겼을 뿐만아니라 나는 소리도 벌을 흉내내어 보통사람은 말벌과 착각하기도 한다. 쇠파리는 과거 소를 키우던 시절에는 흔하게 접하던 놈이었다. 소등에한테 물리면 모기한테 쏘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
모기가 주사기처럼 침을 꼽고 흡혈한다면 소등에는 주둥이(순판)로 살갗을 자른 뒤에 피를 마신다. 독은 없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처음에 쏘였을 때는 상당히 아프다. 사람에 따라서는 예민하게 반응하여 부어오를 수 있으며 멍이 들면 2주 정도 흔적이 남는다.
모기와는 달리 밤중에 은밀하게 접근하지는 않는다. 말벌처럼 붕붕 거리는 소리를 내며 주변을 선회하므로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소가죽을 뚫을 정도로 날카로운 입을 가졌기에 긴 옷을 입었더라도 물리고는 한다.
그러나 도시민들이 쇠파리를 접할 기회는 거의 없으므로 안심해도 된다. 소등에도 모기와 같이 암컷만 피를 빤다. 알을 낳기 위해서는 고단백 영양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암놈은 겹눈 사이가 벌어져 있으나 수컷은 붙어있기에 맨 눈으로 구별할 수 있다. 애벌레는 계곡물에서 살다가 봄에 성충으로 날개돋이하여 가을까지 활동한다.
서양에서도 소등에의 이미지는 좋지 못하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스스로를 쇠파리에 비유했다. 쇠가죽 만큼이나 두터운 '아테네인들의 무지를 일깨우는 존재'라는 의미에서다. 그는 상대방이 귀찮아 할 정도로 질문을 하여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만들었다. 오늘날 융합과 통섭의 시대에는 이질적인 것을 엮어서 새로움을 만들어야 한다. 철학과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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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의 탈을 쓰고 피를 빠는 도플갱어, 왕소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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