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람 시인의 시집 『여름밤위원회』
시인의일요일
다수의 시인들이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이름에 영감을 받아 시를 썼습니다. 박해람 시인도 그들 중의 한 명이죠. 김승일 시인은 그의 시, '창백한 파란 점'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희망은 배양되어 어둠 가운데
희망은 배양되어 희망 가운데
창백한 파란 점
당신이, 당신의 모든 것이, 담긴 저 작은 사진 한 장을 찍어
여기로 보내온 자는 누구인가
당신은 어떻게 거기까지 가
서 있는가
거짓과 죄악 속으로 투항하는 당신
- '창백한 파란 점'(파란) 중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다르지만, 김승일 시인의 시도 칼 세이먼이 바라본 우리별 지구에 영감을 받아 쓴 시입니다. 만약 칼 세이먼이 보이저 1호 카메라 방향을 돌리지 않았다면, 다른 목소리에 굴복하여 사진을 찍는 것을 포기했다면, 우리는 잔인할 정도로 작고, 초라한 지구라는 행성의 모습을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창백한 푸른 점' 속에 살고 있는 존재들입니다. 박해람 시인이 말하는 것처럼 태양계를 지배하는 절대자 얼굴에 찍힌 점 하나, 그 속에서 꾸물거리는 생명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 꾸물거림 속에서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훨훨 타오르는 이상 빛을 잃어가는 푸른 점은 아닐 것입니다. 가장 높은 온도로 타는 불이 푸른 빛깔을 낸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 쓰는 주영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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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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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화소에 불과한 지구, 이게 말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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