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국제 가사 노동자의 날을 기념해 전국가정관리사협회가 주최한 기자회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먼저 가정관리사를 시작하려면 가사 신입 교육을 받아야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가사 신입 교육은 전국가정관리사협회 기관 소개, 돌봄 서비스의 이해, 가사 관리 실제, 직업인의 윤리와 자세, 고객 응대 교육, 선배 관리사들의 사례 공유, 현장실습 등 전문 가정관리사로서 성장할 수 있는 직무 역량 강화를 위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정관리사는 가정 내 모든 가사 및 돌봄을 지원하는 가사 서비스 전문가입니다. 가사 일이 힘든 가정을 방문해 청소(방, 거실, 욕실, 주방, 현관), 세탁 및 다림질, 정리정돈, 기타 집안일 등의 업무를 지원하는 서비스입니다. 큰 틀에서 7가지 업무, 즉 환기 및 청소 준비, 세탁 관련 업무, 주방 청소 및 정리, 바닥 청소, 화장실과 욕실 청소, 정리정돈 및 걸레 빨기, 쓰레기 버리기를 합니다.
세세하게는 70가지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데 세탁 관련 업무 내용만 해도 먼저 세탁물 수거 및 분리, 1차 세탁기 돌리기, 빨래 삶기, 손세탁, 마른 세탁물 걷기 및 개기(고객이 원하는 곳에 정리하기), 1차 세탁물 널기, 2차 세탁기 돌리기, 세탁물 널기, 다림질, 기타(운동화 세척 및 실내화 등)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서비스 시간은 기본 4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평수에 따라 6시간을 하는 때도 있지만, 보통 4시간 기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플랫폼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두세 시간의 시간 선택이 가능한 서비스가 많이 생기고 있어요.
이 부분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조금 속상해요. 왜냐면 하는 일은 똑같은데 시간을 줄여서 서비스 요금을 낮춘 상황이다 보니 실제로는 해당하는 서비스 시간 안에 서비스를 다 제공해야 해서 노동 강도가 더 강해질 수밖에 없게 되었거든요. 지역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4시간을 근무하면 서비스 요금을 5만 원 받는데 이 요금 안에 교통비, 식대 등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어 이를 제하고 나면 일하는 것에 비해 부당한 금액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라도 꾸준하게 서비스가 연결되면 좋은데 가끔 고객들이 오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심지어 집 앞에 도착했는데 고객의 늦은 연락으로 그냥 되돌아오는 일도 있어 속상하기도, 허탈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아무런 피해 보상을 청구할 수도 없습니다. 그럴 때마다 가정관리사 일을 계속해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또한, 처음 가사 서비스 이용 시 고객과 가정관리사 간에 '이용계약서'를 작성합니다. 그러나 그 계약 내용과는 맞지 않는 느닷없는 서비스 요구를 받을 때마다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지만 거절할 수가 없습니다. 처음 이야기했을 때와 고객의 집 상태가 다른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하지만 수입과 직업이 동시에 사라질까 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힘없는 비공식 노동자이기 때문에 모든 걸 감수하고라도 일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고객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자로 인정받게 돼 잠시 행복했지만
그간 우리 가정관리사들은 노동자이지만 노동자로 인정받지 않았습니다. 4대 보험 가입 자격이 안 되어 실업급여는 물론, 일하다 다쳐도 산재 보상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근로기준법도 그 어떤 노동관계법의 적용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전국가정관리사협회를 비롯한 가사 노동자단체들은 2008년부터 국회 문을 두드렸지만, 매번 회기만료로 폐기되기 일쑤였습니다. 우리는 이 법을 '가사노동자존중법'이라고 불렀습니다.
10년 넘게 싸운 끝에 드디어 얼마 전 '가사노동자법'이 통과되었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가정관리사가 다시 한번 전문 직업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제 최저임금, 퇴직금, 사회보험을 보장하고, 노동자로 인정해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서 나는 또 고민이 생겼습니다. 나에게 저 많은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거라면 지금의 서비스 요금 5만 원도 비싸다고 말하는 고객들에게 과연 얼마의 서비스 요금을 요청해야 할까? 혹시 서비스 횟수를 줄이거나 더 값싼 서비스 업체나 4시간 미만 서비스를 요구하는 고객이 생겨나지는 않을까?
가사노동자법 통과에 행복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일 뿐 우리는 또 우리를 위해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또다시 머리를 맞대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동료들에게 기대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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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거 해"가 아닌 "관리사님, 이것 좀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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