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우리학교> 포스터
영화사 진진
무려 14년 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이 아이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재미로 치면 지금까지 본 여러 작품 중에 단연 으뜸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부터 통일 동아리 아이들과 함께 방과 후에 매달 한 편씩 북한 관련 영화를 감상한 뒤 간략하게나마 소감을 나누고 있다.
활자보다 이미지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잘 만든 영화 한 편은 책 수십 권 몫을 한다. 매일 아침 독서 시간을 활용해 통일과 평화, 생명 등을 주제로 한 책들도 권하고 있지만, 자발적 관심은 영화에 훨씬 못 미친다. 두 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에도 눈빛이 초롱초롱했던 이유다.
김명준 감독의 2007년 다큐멘터리 작품 <우리학교>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10년 전쯤 보고 다시 보는 건데도 처음 봤을 때의 뭉클함은 여전했다. 다음에 어떤 장면이 이어지고 어떤 대사가 나오는지 알면 지루해지기 마련인데 되레 오랜만에 다시 만난 친구처럼 반갑고 설렜다.
10여년 전엔
그때 함께 본 아이들의 먹먹해하던 소감이 기억에 또렷하다. 영화 속 '혹가이도 조선학교'의 또래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낯설어하면서도 한편으론 애틋한 시선을 보냈다. 한민족으로서 연민의 정을 느꼈다면서, 당장 그들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당시 아이들은 영화를 보기 전까지 조선학교의 존재를 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목소리로 해마다 조선학교를 경제적으로 지원해온 북한과 달리, 그들을 나 몰라라 한 우리나라 정부를 질타했다. 더욱이 일본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건 모질기 짝이 없는 행태라며 발끈했다.
무엇보다 일본 내 차별 교육의 현실과 북한을 혐오하는 극우 세력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자칫 아이들에게 맹목적인 반일 정서를 부추기게 될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교사와 학생이 가족처럼 함께 생활하는 영화 속 조선학교를 북한학교로 간주하는 아이는 많지 않았다.
학교라기보다 혈연공동체 같다고 소감을 적은 아이가 떠오른다. 입학식은 새 가족 집들이 느낌이고, 봄 운동회는 마을 잔치며, 방학을 이용한 가정 방문은 명절 때 고향을 찾아가는 듯했다고 썼다. 그들이 부르는 언니, 오빠, 형님은 우리의 그것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고 했다.
영화 속 조선학교의 분위기를 부러워하는 아이도 많았다. 마치 형제처럼 교사와 학생 간의 거리낌 없는 행동을 보면서 연신 놀라워했다. 선배와 후배 사이의 자상한 보살핌도, 교사와 학부모의 친밀한 관계도 우리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든 모습 아니냐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연민은 사라지고 싸늘해진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