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앗간 안에 손수레와 가방이 기름을 짤 순서를 기다리며 늘어서 있다.
최육상
방앗간은 추석을 앞둔 장날답게 눈코 뜰 새 없었다. '기름이 어떻게 나오느냐'는 질문에 주인장은 속사포로 답했다.
"한 되에 한 병 정도 나와요. 참기름이 들기름보다 조금 더 나오니까, 참기름은 한 말에 열한두 병 나와요."
깨 한 말은 18리터 정도다. 기름병 1개는 350밀리리터다. 참깨 18리터를 기름으로 짜내면 4리터가량이 나오는 셈이다.
주인장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깨 볶으랴 계산하랴 분주했다.
"어머님, 참깨가 한 말, 들깨는 몇 되 볶았어요?"
"닷 되."
장터에는 방앗간이 몇 곳 있다. 두 곳이 나란히 자리한 방앗간 주변으로 뽀얀 연기가 피어 올랐다. '깨 볶는 고소함'이 사방으로 퍼졌다.
깨를 볶고 기름을 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기름이 나오길 기다리는 주민들의 표정에는 누구 하나 지루한 기색이 없었다. 한 주민에게 '언제부터 이 방앗간을 이용했느냐'고 물었다.
"문 열었을 때부터 단골이야. 여기 각시(주인)가 참 잘 해줘. 친절하고 싹싹해."
'기름 짜서 뭐 하시려고 하느냐'고 질문하자, 이 주민은 타박하듯 웃었다.
"뭘 하긴, 아이들도 주고, 함께 나눠 먹어야제. 하하하."
방앗간 주인 딸 서유진(23)씨는 "17년도에 대학 가느라 순창을 떠나 지금 대학 졸업반으로 취업 준비하고 있는데, 명절에는 바쁘니까 공부는 잠시 미루고 내려와서 일손을 도와드리고 있다"고 밝게 말했다.
단골 주민들은 "꼬맹이 때 봤는데, 예쁜 처자가 다 되었다"며 서유진씨를 알은체하며 웃었다.
코로나 추석, 기대감과 아쉬움 교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