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로브집게벌레의 아름다운 속날개러시아의 식물학자 코마로프를 기념하여 이름 지어졌다
이상헌
고마로브집게벌레는 가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땅바닥을 기어다니며 먹이활동을 한다. 반날개처럼 겉날개가 절반 정도만 남아있지만 의외로 멋진 속날개를 갖고 있다. 평소에는 3단으로 고이접어 갈무리하고 있으나 가을이면 화려한 날개를 펼치고 창공을 나른다. 봄 철에도 비행을 하지만 주로 나는 때는 10월 경이다.
왜냐하면 짝짓기를 하고 월동 준비를 하려고 수십여 마리가 떼를 이루기 때문이다. 쉬운 비상을 위해 풀줄기나 나뭇가지 위로 기어 올라가므로 이 때를 잘 살피면 멋진 속날개를 볼 수 있다. 날개를 펼치는 시간은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이나 사진으로 담아 보면 주황색과 눈부신 코발트 계열의 파랑색, 진밤색이 어우러져 예쁘장하다.
조복성과 석주명의 성을 받은 나비
명칭에서 '고마로브'는 소련의 식물학자 블라디미르 코마로프(V. L. Komarov)를 기리기 위하여 붙인 이름이다. 당시 28세의 젊은 과학자였던 고마로프는 1896년 아관파천(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 사건) 후에 소련군의 지원으로 북한과 만주일대를 탐사했다.
학명에 특정인의 이름을 넣는 예는 세계적으로 흔한 일이며 분류학의 체계를 세운 린네(Linnaeus)가 가장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조복성을 기린 '조흰뱀눈나비'와 석주명을 기념하기 위한 '석물결나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