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벌레의 버블 방.풀줄기에 꽁무니를 꼽고 거품을 만들어 그 속에서 자란다.
이상헌
지금도 커피를 잘 모른다.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로 현란한 외국어 메뉴를 보고 있으면 도대체 뭘 먹어야 할지 가늠이 안 선다. 필자가 카페에서 즐겨 마시는 음료는 아이스티이므로 이 메뉴가 없으면 한참을 번뇌에 빠진다. 어쩌다가 달달한 것이 먹고 싶으면 핫초코를 고르는데 메뉴에 없는 카페가 상당수라 차라리 캔홍차를 갖고 다녀야 하는지 고뇌하곤 한다.
수액 기포 속에서 헤엄치는 거품벌레
곤충 세상에서 카푸치노 저리 가라 할 만큼 영롱한 거품을 만들고 그 속에 사는 녀석이 있다. 영어로는 침벌레(Spittlebug)라고 부르는 거품벌레 종류다. 때는 오뉴월, 풀줄기에 마치 침을 뱉어놓은 것처럼 들러붙어 있는 거품 덩어리가 있다.
속을 헤집어보면 거품벌레 애벌레가 여러 마리 들어차 있다. 녀석들은 식물의 줄기에 꽁무니를 박고 스며 나오는 수액을 이용해 버블을 만들어낸다. 만져보면 약간 끈적인다. 거품벌레는 이 속에서 천적과 직사광선을 피해 자라난다.
어른벌레로 탈피를 할 때는 몸을 감싼 거품을 터뜨려서 이글루처럼 속이 비게 만든다. 애벌레 때는 기포 속에 몸을 숨기고 꽁무니로 숨을 쉬지만 탈바꿈을 한 뒤에는 이 공동에서 호흡을 하며 몸이 굳기를 기다린다. 시간이 지나면서 몸 색깔이 진해지고 성충으로서의 제 모습을 갖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