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설헌시집 목판초간본/강릉시오죽헌시립박물관 소장
문화재청
허난설헌은 시에서 견우와 직녀를 부러워하였으나 견우와 직녀가 이 시를 읽는다면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견우와 직녀는 허난설헌을 자신들보다 더 가엾게 생각했을까? 그러기엔 견우와 직녀의 상황이 만만치 않다. 견우과 직녀는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에 전해지는 전설이다.
하늘나라에서 소를 키우는 견우와 옥황상제의 손녀이자 베를 짜는 일을 하고 있던 직녀는 일에만 빠져있는 워커홀릭이었다. 옥황상제는 이 둘을 불쌍히 여겨 직접 부부로 맺어주었다. 그런데, 견우와 직녀가 결혼을 한 후에 일을 하지 않고 놀기만 하는 것이 아닌가?
화가 난 옥황상제는 이 둘을 은하수 양쪽으로 떼어 놓았다. 그리고 일 년에 하루 7월 7일에만 만날 수 있게 하였다. 일 년에 하루 만나는 그들은 건널 수 없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하염없이 울었는데 그 눈물이 비로 땅에 내려 홍수가 날 정도였다. 그래서 까마귀와 까치가 자신의 몸으로 다리를 놓아주어 만나게 하였다는 전설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에 나타난 견우와 직녀
국보 제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조선 태조 4년에 만들어진 천문도이다. 이 천문도에는 만들어진 이유가 설명되어 있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할 때 어떤 한 사람이 고구려 천문도 비석의 탁본을 바쳤는데 이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즉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운 것은 하늘의 뜻이며, 그 하늘의 뜻을 보여주기 위해 사라졌던 고구려의 천문도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하늘의 별자리가 하늘을 뜻을 알려준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알리는 천문도였다.
이 천상열차분야지도에도 견우와 직녀의 별이 보인다. 가운데 보이는 하늘색의 물줄기처럼 보이는 것이 은하수이다. 은하수의 양쪽으로 직녀와 견우가 있다. 재밌는 것 하나는 견우별을 은하수 바깥쪽에 있는 별이 아닌 은하수 속에 있는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로 보기도 한다는 것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의 견우별인 염소자리 다비흐는 밝기가 낮아 잘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반해 칠석 무렵인 여름철과 가을철에 가장 잘 보이는 별 3개가 있어 여름철 대삼각형이라 하는데 직녀별인 거문고자리 베가와 함께 백조자리 데네브,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이다.
많은 사람들이 직녀와 견우의 사랑이야기를 안타까워하며 항상 서로 바라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름철에 밝게 빛나며 마주보고 있는 두 별에 견우와 직녀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래서 밝은 별인 알타이르가 견우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이다. 견우가 둘이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겠지만 염소자리의 다비흐도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도 모두 견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