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닭백숙
안소민
여름이면 대부분 가정에서 백숙을 만들어 먹는다. 백숙은 여름철이면 꼭 먹어줘야 하는 국민 음식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 찜통더위에 그야말로 찜통 같은 솥을 앞에 두고 땀을 흘려본 사람은 알 것이다. 먹기도 전에 지쳐버리는 그 기분을.
우리 집도 여름이면 백숙을 자주 먹었다. 백숙이 그다지 별식이라고 느끼지 않았던 이유도 자주 밥상에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입맛이 없거나, 기운이 없거나, 반찬이 마땅찮다 싶을 때 엄마는 시장에서 닭을 사 와서 인삼, 대추, 마늘을 넣고 푹 삶아주셨다.
푹푹 잘 삶은 닭 한 마리를 엄마는 젓가락과 집게를 이용해서 요령껏 꺼내어 큰 유리 쟁반에 내놓았다. 엄마는 '어서 먹자' '따뜻할 때 어서 먹어라'라며 우리를 채근했다. 내가 젓가락으로 닭 살집을 꼬집으면 엄마는 '손으로 잡고 뜯어먹어야지, 젓가락으로 먹으면 맛이 없다'고 했다. 나는 김이 펄펄 나는 그 큰 닭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럴 때 엄마는 약간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찬물이 담긴 접시를 가지고 왔다. 물에 손을 잠시 적신 뒤, 닭 다리를 잡았다. 그리고 뜨거워진 손을 다시 찬물에 넣어 식혔다. 그리고 이번엔 닭 날개를 뜯었다. 다시 찬물에 넣고 식히고... 그러기를 반복하면서 엄마는 닭 한 마리를 먹기 좋게 분해했다. 엄마가 닭을 분해하는 동안, 우리는 엄마의 그런 모습을 마치 무슨 묘기라도 보는 듯 '즐감'했다.
결혼하고 내가 직접 백숙을 만들어보니, 이게 보통, 사람의 진을 빼는 일이 아님을 알게 됐다. 마치 백숙의 노란 육수가 내 몸에서 빠져나온 땀인 것 같았다. 백숙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나면 나는 너덜너덜해진 기분이었다. 누군가는, 땀 흘리며 내 가족 입에 들어갈 음식 해 먹이는 게 사는 재미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분명한 건 한 사람만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밥상은 분명 언젠가는 기울어진다는 거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나도, 엄마가 삼계탕 배달을 물어봤을 땐 잠시 멍했고, 보양식은 엄마가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내 몸속에 배어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내 자신이 징그러웠다. 정말 징그러웠다.
언제까지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 앞에 서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