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사회에 사용된 조개 화폐
국립중앙박물관
정말 신기한 동물, 인간!
그때 당시의 어른들은 이런 질문과 이런 질문을 하는 아이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답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첫 번째로 바닷가에 살면서 조개껍데기를 열심히 모은다고 해서 부자가 될 수는 없었다. 그 이유는 조개껍데기의 모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돈으로 사용했던 조개껍데기를 보자. 우리나라 바닷가에서 이런 조개를 본 적이 있는가? 이 조개는 인도 남서쪽에 있는 몰디브에서 나오는 것으로 이름은 카오리 조개이다.
이 조개는 동남아시아, 인도, 서아프리카, 중국까지 수출되어 화폐로 사용되었다. 즉 아주 힘들게 가져온 조개껍데기로 희소가치가 있었다. 동해, 남해, 황해에서 아무리 조개를 주워도 배는 부를지언정 부자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조개껍데기는 작고, 가볍고, 단단하여 화폐로서 여러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이 조개껍데기는 곡식이나 옷감처럼 실질적인 가치를 가지지 못했다. 여기서 바로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다른 동물과 인간의 큰 차이점 중 하나가 생존에 불필요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도구를 사용해 먹이를 잡는 그 어떤 동물도 도구를 실용성과 관계없이 채색하거나 장식을 달지 않는다. 인간만이 생존과 전혀 필요 없는 미적인 생산 활동을 하고, 그것을 감상하는 활동을 한다. 미술과 음악이 바로 그것이다.
인류가 절대적인 빈곤에서 벗어난 지는 채 100년이 되지 않는다. 그 이전에는 매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식량 부족으로 굶어 죽어야 했다. 하지만, 인간은 아름답다는 이유로 수천 년 전부터 조개화폐를 사용했다. 사람들은 그 오래전부터 식량이나 옷감이 삶의 필수품이었던 것처럼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는 것' 역시 삶의 필수품처럼 생각한 이상한 동물이었던 것이다.
오늘날 음악과 미술작품 등 예술품은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가지게 되었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동물들은 인간들을 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돌로 만든 돈도 이유가 있다!
미크로네시아 제도의 야프섬은 돌로 만든 돈으로 유명하다. 이 돌로 만든 돈은 지름이 4m에서 30cm에 이르기까지 그 크기가 다양하다. 그럼 돌을 열심히 깎기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었을까? 애석하게도 부자가 되기란 그렇게 쉽지 않다. 이 섬 사람들은 무려 400km나 떨어진 팔라우섬 등에서 돌을 깎아서 가져왔다고 한다. 이렇게 힘들게 가져온 돌은 마을 족장의 허락을 받아 돈으로서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재밌는 것은 이 돌돈의 가치이다. 이 돌돈 역시 조개껍데기처럼 희귀성과 단단함은 있으나 실질적 가치가 없었다. 아름다움도 없고, 심지어 크기가 큰 돌돈은 가지고 다니기도 힘들다. 도대체 왜 이곳 사람들은 이 돌을 돈으로 삼았을까? 이곳 사람들은 돈의 가치를 구할 때 '얼마나 힘들었는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 먼 거리에서 큰 돌을 캐내 오는 일을 너무나 힘들고 위험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돌의 크기가 그 돌돈의 가치가 아니라 그 돌을 구해오는 데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그 돌돈의 가치로 매겼다. 즉 야프섬 주민들의 공동체 활동 자체를 돈으로 환산된 것이다. 공공의 노동력으로 돈을 만들어내고 유통하였으니 공동체의 단합까지 생각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도 돌로 만든 돈이 있다. 경기도 연천 청동기 유적에서 발견된 이 돌돈은 납작한 편암을 둥글게 원판형으로 다듬고 갈아서 만든 것이다. 왜 이 돌을 돈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청동기 시대에 사용한 도구들의 주재료는 무엇이었을까?
청동기시대라고 해도 대부분의 생활도구는 나무와 돌로 만들었을 것이다. 돌을 생활도구로 만드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 돌은 반달돌칼 등 여러 가지 석기(돌로 만든 도구)를 쉽게 만들 수 있도록 1차 가공한 물품이다. 이 돌은 다른 물건들과 교환할 수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이 돌을 돌돈으로 부르는 것이다. 야프섬과 달리 실제적인 가치를 가진 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