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 브리타니아', '크리에이티브 시티 런던', 두 캠페인은 런던을 혁신적인 문화도시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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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일찍이 창조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쿨 브리타니아(Cool Britannia)'라는 국가브랜드 캠페인을 펼쳤다. '쿨 브리타니아'는 보수당의 18년 장기집권에 종지부를 찍고 1997년에 집권한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Tony Blair) 총리가 '새로운 노동당, 새로운 영국'을 다짐하며 내건 슬로건이다.
토니 블레어는 공약으로 아이디어와 감수성이 돋보이는 사회, 독창성과 개성이 만나는 활기찬 사회, 창의성을 원동력으로 경제가 발전하는 사회를 제시했다. 영국이라고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역사'와 '전통'이지만, 이는 낡고 오래된 느낌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적 측면에서 새로운 것이 나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캠페인이다.
뉴 밀레니엄을 앞둔 시점의 영국은 문화산업을 통해 사회 변화를 주도해갔다. '쿨 브리타니아'와 함께 정보산업 분야의 'e-브리타니아' 캠페인도 펼치며 문화산업과 정보산업은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로 합쳐졌다.
2000년대초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창조산업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8%를 넘어섰다. 무역 흑자는 22조 원에 이르며 영국은 유럽의 영화·방송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00년 뱅크사이드 발전소가 테이트 모던(Tate Modern) 갤러리로 재탄생했다. 테이트 모던과 세인트 대성당을 연결하는 밀레니엄 브리지(Millennium Bridge)가 완공되면서 '창조도시 런던'의 이미지는 더욱 빛을 발했다.
'쿨 브리타니아', '크리에이티브 시티 런던', 두 캠페인은 런던을 혁신적인 문화도시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국가브랜드와 도시 정책의 시너지를 통해 런던은 170개가 넘는 미술관과 박물관, 200개가 넘는 공연장, 2만 건이 넘는 음악공연이 열리는 창조도시로 발돋움했다.
창조도시(The Creative City)는 호주의 건축가 데이비드 옌켄(David G. D. Yencken)이 창안한 개념이다. 도시는 효율적이고 공정해야 하지만, 창조적인 도시는 시민들의 창의성을 북돋고 그들에게 정서적으로 만족스러운 장소와 경험을 제공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후 영국의 도시학자 찰스 랜드리(Charles Landry)가 창조도시 개념을 대중화했다. 그는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상력을 갖고 계획하고 행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시의 혁신을 주도하는 예술과 창조산업에 초점을 맞추다가, 시민의 창의성에 초점을 맞춰 전통적 계층 구조가 아닌 창조적 관료주의를 주장했다.
이는 도시계획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에 스며들었고, 세계적인 도시재생 운동을 이끄는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창조도시는 창조 계층이 많이 거주하고 창조산업이 집적된 문화, 예술, 과학기술 등 창조산업 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한다. 예술문화가 융성한 도시, 디자인의 힘에 기반한 하이터치 제품을 만드는 도시, 새로운 사고방식과 가치관에 관대한 문화적 다양성을 지닌 도시를 뜻한다.
이후 'Creative'와 'Cool'이라는 단어는 여러 나라와 도시에 영감(靈感)을 주며, 창조산업을 대표하는 단어로 자리매김했다. 전통을 중시하는 스코틀랜드의 전형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현대적인 감각이 강한 도시를 뜻하는 1991년 '글래스고(Glasgow)', 1994년 영국과 독일의 창조도시(The Creative City), 2002년 '쿨 재팬(Cool Japan), 2012년 재팬 크리에이티브(Japan Creative), 2015년 크리에이티브 프랑스(Creative France)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런던을 '세계 디자인 수도'로 만들겠다는 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