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동학 교당에 게시되어 있는 최제우 공식 영정
추연창
수운 최제우 선생이 1861년 창도하고 해월 최시형 선생이 승계하여 뿌리내린 동학(東學)은 흔히 서세동점의 물결에 따라 밀려온 서학(西學)의 대칭개념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동학의 '동(東)'은 지정학적 대칭 용어가 아닌 우리나라 고대의 국호에서 기원한다.
옛부터 우리 나라는 '동방에 있는 나라'라고 하여 동국(東國)이라 불렀다. 조선시대 식자들이 이해한 '동국'이란 관념은 대체로 지리적으로는 요하(遼河)를 경계로 하는 '만리(萬里)의 국가'를 상정하였다. 중국에서는 동이(東夷)라고도 하였다. '동'과 관련하여 많은 저술이 이루어진 것은 이것이 국호이기 때문이었다.
『동국여지승람』ㆍ『동국명산기』ㆍ『동국문헌』ㆍ『동국문헌비고』ㆍ『동국문헌절요』ㆍ『동국사략』ㆍ『동국세시기』ㆍ『동국여지승람』ㆍ『동국지리지』ㆍ『동국통감』ㆍ『동사강목』 등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한의학을 동의(東醫)라 부르고, 『동의보감』은 우리나라 의서를 한데 모아 편찬한 조선조 때의 으뜸가는 의학서를 일컫는다.
동학은 우리 문화, 우리 학문, 우리 철학, 우리 종교, 우리 사상을 집대성한 것으로, 결코 배타적이거나 그렇다고 국수적이지 않은 시대정신이고 민족사상이고 민족종교이다.
수운에 의해 창도된 동학은 유교의 인륜, 불교의 각성, 선교의 무위와, 수운 자신의 인시천(人侍天) 사상을 접화군생(接化群生)한 천도사상을 말한다. 동학의 중심개념은 인시천 즉 천인합일사상으로 사람 섬기기를 하늘 섬기듯 하고(事人如天), 억조창생이 동귀일체(同歸一体)로 계급제도를 부정하며,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천부인권(人乃天)을 내세우는 신앙ㆍ철학ㆍ사상의 복합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