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신라대 청소노동자 패트병 시위 민중가요에 맞춰 패트병을 두드리며 시위를 하는 신라대 청소노동자
조종완
신라대 청소노동자 투쟁에 유독 눈에 띄는 것은 2리터 생수 패트병이다. 선전전을 진행하는 1시간 내내 민중가요에 맞춰서 패트병을 두드린다. 심지어 패트병을 들고 음악에 맞춰서 출 수 있는 율동도 제작했다. 연대자들이 농성장에 찾아와서 공연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패트병 소리 때문에 박자를 놓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패트병을 수십 명이 동시에 치면 소리가 크다.
처음 농성을 시작했을 때는 패트병을 한 봉지에 모아서 공동으로 패트병을 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조합원들 개개인이 패트병을 개인 지참하고 있었다.
"괜히 불편하게 왜 패트병을 개인이 들고 다니세요?"
"부장님 패트병도 성능이 다 달라요. 내가 선별해서 고른 패트병이 제일 소리가 잘나요. 투쟁할 때 소리 짱짱하게 나려면 관리가 철저히 필요해요."
패트병이 오래되면 찌그러지고 소리도 볼품없게 된다. 공동으로 사용하면 오래된 패트병을 자주 교체하지 못한다. 그래서 조합원들은 악기를 다루듯이 패트병을 개인 관리하고 있다.
패트병의 용도는 다양하다. 농성 한 달이 지나도 학교 측의 반응이 없자 조합원들은 직접 신라대 총장과 면담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마음이 앞섰다. 그래서 조합원들은 총장실 앞에 대기를 하고 총장이 나올 때까지 패트병을 치며 문제 해결을 위한 면담을 요구했다. 총장이 면담을 거부하고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려고 하자 끝까지 패트병을 치며 따라가서 면담을 요청했다.
"총장님 집단해고 철회를 위한 면담을 진행해주세요. 아니면 온종일 따라다니면서 패트병 치며 총장님 귀를 따갑게 해줄 겁니다."
패트병 소리에 못 이겨서 총장은 노조 위원장, 지회장과 공식 면담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고, 실제 4월 1일 면담이 이뤄졌다.
화장실 투쟁으로 교육부 과장 면담을 성사시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