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인권침해-부당해고 방치하는 서울고용노동청 규탄' 기자회견에서 우다야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너머 새로운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준)'은 5월 31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주노동자에게 살 만한 집을! 해고노동자에게 복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장은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장이기도 하지만, 고용노동청 바로 옆으로 난 지하차도는 거리 홈리스를 대상으로 종교단체들이 급식을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다. 자동차 매연 가득한 그곳에서 매일 저녁마다 급식이 이뤄졌지만, 코로나19로 자선·종교단체들이 급식을 중단해 이제는 기껏해야 한 주에 한두 번의 급식만이 이뤄진다.
"코로나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도 그거라도 주워 먹고 싶다."
한 홈리스의 한탄과 같이 홈리스에게 가장 먼저 닥친 코로나19의 위기는 '허기'였다. 생존권적 기본권인 '먹거리'를 민간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던 터에 그들이 급식을 중단하니 바로 급식 대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노숙인복지법은 정부와 지자체가 식품위생법상 '집단급식소' 기준에 맞춘 급식시설을 설치해 홈리스에게 급식을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처벌 규정도 없는 이 조항을 지키는 지자체는 단 두 곳에 불과하다. 비단 급식 뿐 아니라, 코로나19는 기존 홈리스 정책이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선명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외국인 홈리스 정책의 공백 역시 그렇다.
집답지 못한 주거 제공에 눈 감는 정부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쳐야 하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조금씩 강화해 왔다고 하나 여전히 가설건축물 같은 집이 아닌 곳도 기숙사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농업 이주노동자 속헹씨 사망 이후 주거시설기준을 대폭 강화했다고 하나 여전히 비닐하우스 내부에 있는 임시 가건물을 기숙사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비닐하우스 내 가건물에서 사람이 죽었으니 이는 기숙소로 쓸 수 없고, 그 외의 가건물은 관심 밖에 두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수준이다.
이렇게 열악한 숙소를 제공하도록 방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숙식비 징수지침을 통해 임금의 상당액을 숙식비로 공제하도록 하는 뒷배를 봐 주고 있기까지 하다. 값싼 노동으로 평가절하되는 것도 모자라 집답지 못한 곳에 높은 임대료까지 상납해야 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은 강남 고급 아파트보다 비싼 면적당 임대료를 내는 쪽방·고시원 거주 홈리스의 현실과 판박이다.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에 대한 주거권 보장을 당국이 소홀히 했기에 생기는 일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