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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모내기 처음 해보는 초등학생 "신기해요"

친환경 모내기 체험하는 복흥초등학교 학생들

등록 2021.06.01 08:34수정 2021.06.0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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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모내기를 체험하는 초등학생들 ⓒ 최육상

   
 태어나 처음으로 모내기를 체험하는 복흥초등학교 학생들
태어나 처음으로 모내기를 체험하는 복흥초등학교 학생들최육상
   
 간격을 맞춰 모내기 줄에 따라 모를 심는 초등학생들
간격을 맞춰 모내기 줄에 따라 모를 심는 초등학생들최육상
 
"(논에) 발이 빠지는 느낌이 아주 재미있어요."(최민수·5학년)


모내기를 처음 체험하는 초등학생의 반응이다. 5월 31일 오전 10시, 전북 순창군 복흥면 금월리 대각마을에서 '복흥면 금월지구 친환경단지 벼 모내기 및 우렁이 농법 체험 행사'가 열렸다. 복흥초등학교 5학년 학생 19명과 박붕서 교장을 포함해 설추호 면장, 이종윤 이장 등 마을 주민들이 참석했다.

모내기 광경을 지켜보는 마을 주민은 모두들 흐뭇한 표정이었다. 한 주민은 "초등학생들이 모내기하는 걸 처음 본 나도 신기한데 학생들은 기분이 어떻겠느냐"면서 "미래의 농부들을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정말 좋다"고 활짝 웃었다.

학생들은 스타킹과 양말을 신은 채 논으로 들어갔다. 하얀 양말은 순식간에 흙으로 물들었다. 학생들은 장난을 치면서도 귀를 쫑긋 세우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모를 잡고 심는 방법을 진지하게 들었다.

"여기(모)에서 쌀이 생긴다는 게 정말 신기해요."

학생들은 농촌에서 황금 들녘을 바라보며 자랐음에도 모내기를 직접 체험하는 것은 처음인 탓에 이구동성으로 "신기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종윤 이장은 "우리는 초등학생 때 학교에 안 가고 모를 심었다"면서 "학교 가는 게 모 심는 것보다 좋았지만 그 땐 아부지가 무서워서 쫓겨날까봐 모 심으러 갔다"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한바탕 웃었다. 대화는 자연스레 과거 이야기로 흘러갔다.

"1960년대 말, 1970년 초에는 봄하고 가을에 농번기가 있어서 삼사 일간 학교 안 가고 모를 심었어요. 선생님이 '부모님 도와주고 와라' 그러셨죠. 그래서 방학이 좀 짧았어요. 우리는 수학여행 간다고 학교에서 보리 베기 해서 돈을 모으기도 했어요."(이종윤 이장)
"그때는 다 큰 게. 나락도 베고 그랬어요."(주민)


"다 컸다는 거는 우리 생각이고, 우리도 초등학생 땐 쬐깐 했지. 우리가 이만하게 큰 줄 알았던 거고."(이종윤 이장)
"아, 근가. 난 또 우리가 큰 줄 알았지. 하하하."(주민)
"그땐 부모가 '오늘은 학교 가지 말고 일 좀 하거라' 그러면 참 짜증났거든요. 그래도 어쩌것어, 먹고 살아야 하니까 하기 싫어도 논 일을 했죠. 하하하."(또 다른 주민)

"그때는 결석해도 선생님들이 이해를 하셨어요. 하도 학생 숫자가 많으니까 (학교에) 안 오면 안 온갑다 해부렀어요."(이종윤 이장)

 
 스타킹 위에 신은 하얀 양말은 흙으로 물들었다.
스타킹 위에 신은 하얀 양말은 흙으로 물들었다. 최육상
   
 학생들이 벗어놓은 하얀 실내화
학생들이 벗어놓은 하얀 실내화 최육상
 
모내기를 체험한 논의 주인인 변경섭(54)씨는 "복흥면의 친환경농업 시범지구로 선정돼 행사를 여니까 어깨가 많이 무겁다"면서 "친환경 농사를 부지런히 잘 지어 우리 학생들과 주민, 국민들에게 질 좋은 친환경 쌀을 보급해서 많은 농가가 참여하 수 있도록 모범을 보이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모내기 체험과 우렁이 방류를 마친 학생들은 마을 주민들과 새참으로 노동의 고단함을 달랬다. 학생들은 과자와 음료수로, 주민들은 돼지 머릿고기와 막걸리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 자리에서 박붕서 교장은 갑작스러운 제안을 했다.

"이 논에서 나온 친환경 쌀을 구매해 모내기 한 학생들과 함께 떡메도 치고 떡을 만들어서 함께 나눠 먹겠습니다. 그 날 또 뵙시다."

초등학생들과 만남 약속은 자연스레 이뤄졌다. 떡메 치는 날이다.
 
 지하수로 씻고 씻어도 흙빛은 지워지지 않는다.
지하수로 씻고 씻어도 흙빛은 지워지지 않는다. 최육상
   
 첫 모내기 체험을 마치고 화이팅을 외치는 초등학생들
첫 모내기 체험을 마치고 화이팅을 외치는 초등학생들최육상
 

 
#복흥초등학교 #전북 순창 #순창 #모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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