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마을숲학교’의 상상도는 놀이터, 숲텃밭, 숲공방, 숲도서관, 숲카페 등으로 빼곡하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시야가 한층 넓어지니, 이젠 매일 만나야 할 만큼 바빠졌다. 백전면 아이들을 돌보는 일부터 귀농·귀촌인의 문화생활을 지원하는 일, 백전면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되어 드릴 수 있는 일까지 이 마을에 필요한 것들을 채워줄 아이디어를 줄줄 읊어보다가 '그러면 이분들은 누가 먹여 살리나'하는 고민에 닿으면서 다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사사샘 : "영선샘 말대로 여러 외부 기관과 연결되고, 지원을 받게 돼서 폭넓은 대상을 만나게 된 점은 좋았지만, 선주민들에게는 낯선 일들이라 균형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야 '쟤네 뭐지?'가 아니라 '우리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이구나', '우리도 함께할 수 있는 일이구나'하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바리샘 : "그래서 제가 마을회관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마음의 거리를 좁히고 있어요. 설거지도 하고요. 사람이 워낙 없어서 부녀회장을 맡게 된 지 벌써 7~8년이네요. 계속 만나고, 뭐라도 해야 관계는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우리 집이 언덕바지에 있어요. 어른들이 우리 집 주변에서 쉬었다 가시거든요. 그래서 어른들 뵐 때마다 오미자차를 타서 나르기도 해요.(웃음)"
마을학교는 마을이 학교의 일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마을의 일부로 스며들게 하는 것이라는 걸 다함께사이좋은마을학교는 진작부터 알고 있다. 이 마을학교는 어떻게 마을에 어우러져 갈지 기대하게 된다.
이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컨설팅과 워크숍을 거치며 그린 그림은 바로 '함양마을숲학교'였다. 그 거창한 꿈을 이루기 위한 작은 지혜는 바로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
영선샘 : "다른 조합원들은 대체로 젊을 때부터 귀촌하셔서 그런지 제가 보기엔 시골살이에 대한 주관이 뚜렷한 사람들로 보였어요. 그런데 저는 갑작스럽게 귀촌했고, 협동조합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마을교사로만 함께하려고 가벼운 마음을 먹었던지라 '그냥 주변인으로 필요할 때만 함께 하면 안 될까' 하는 고민이 되게 많았어요.
그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 나온 그림이 '함양마을숲학교' 상상도였어요. 이 그림을 이루는 데까지는 굉장한 시간과 에너지가 들 것 같긴 해요. 제 나이도 적지 않고요. 근데 이걸 그리고 나니까 방향성이 생겼어요. 언제 되건 간에, 그 방향으로 조금씩 천천히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몇 년 안에 이루자' 그런 거 없이, '언젠가는 이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합원이 되기로 했어요."
기사에는 다 담지 못했지만, 농촌 지역 특성상 아이들 스스로 이동하기 어려운 점, 이들을 위한 고유한 공간을 갖기 어려운 점, 학교나 공공시설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으니 지역 내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하기도 어려운 점, 인건비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점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런 문제는 어느 농촌 지역에서나, 어느 단체에서나 비슷하게 공유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다 함께 사이좋은 마을을 만들어가는 일이 주민들끼리만 고군분투해야 하는 일이 아니게 되길 바란다. 이들이 꿈꾸는 마을교육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길에 부디 단비와 햇살이 가득하길.
글 | 푸른
사진 | 임현택
기획/진행 | 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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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푸른
내 이름도 별명도 살고 싶은 모습도 '푸른'. 나는 따뜻하거나 뜨거운 사람.
어린이의 벗 되어 살고 싶다. 어린이 해방을 꿈꾸며 산청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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