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자료사진)
오마이뉴스
불법행위 공동행위자
'여기 아파트에 앉아서 이런 짓 할 정도면 일반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했을 것 같은데, 넌 굉장히 밉살스러운 인간이야. 니 처자식한테 부끄럽게 행동하지 마. 니 처자식은 너 이러는 거 알아?' 녹음파일입니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직원들을 너무 괴롭히고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2020년 6월)
아파트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데 관리사무소장의 갑질이 너무 심합니다. 다른 직원들과 이간질하고, 따돌리고, 화를 내기 일쑤입니다. CCTV로 화장실 가는 거 확인하고, 많이 갔다고 소리를 지릅니다. 저를 내보내려고 하는 것 같은데, 입주자 대표가 지시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2020년 9월)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의 권력은 막강하다. 관리사무소 소장도 하루아침에 날릴 수 있는데 하물며 직원 하나 내보내는 건 '식은 죽 먹기'다. 하지만 근로계약 관계를 맺고 있지 않아 책임을 묻기 어렵다. 직장 내 괴롭힘도 적용되지 않는다.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청, 도급, 용역, 파견, 프리랜서,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보호 대상이 되기 어렵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3월 17일부터 23일까지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직장인 32.5%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 괴롭힘 가해자 중 고객이나 민원인 또는 거래처 직원(5.8%), 사용자의 친·인척(3.4%), 원청업체 관리자 또는 직원(1.8%) 등 특수관계인이 11%였다.
특수관계인은 갑질 금지법 적용 안 돼
지난 3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76조의 2, 3) 개정안이 통과되어 가해자가 사용자 또는 사용자 친·인척일 경우 최고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됐고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비밀누설 금지 등 의무 불이행 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조항이 신설됐다.
그러나 갑질 금지법의 적용 범위는 사용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정규직, 계약직, 임시직 등)이기 때문에 펜트하우스 입주자대표회장과 같은 아파트 입주민의 갑질, 골프장 정규직 캡틴의 괴롭힘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캐디와 같은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 노동자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에 "직장과 이해관계가 있는 도급인, 고객 등이나 사업주의 4촌 이내의 친족은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지위를 이용하여"라는 내용을 추가해 특수관계인을 법 적용 대상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2018년 3월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가 본사 회의실에서 유리컵을 바닥에 던지고, 광고대행사 직원 2명에게 음료가 담긴 종이컵을 던진 뒤 광고주 지위를 이용해 업무를 중단시킨 이른바 '물컵 갑질'이 알려져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근로계약 관계가 없어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정부는 아파트 입주민 등 특수관계인의 갑질에 대해서는 노동청에 직접 신고하도록 하고, 특별근로감독을 벌여 '갑 오브 갑'의 갑질을 근절해야 한다. 또 일하는 사람들의 절반만 보호하는 근로기준법을 하루속히 개정해야 한다. 반세기 전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했던 전태일 열사의 외침이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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