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책상 겸 밥상이다. 새벽에 일어나 출근 전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곳.
홍정희
나는 지금 우리 집의 유일한 밥상이자 책상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이 글을 쓴다. 우리 집에 있는 가구라곤 중고 마켓에서 2만 원 주고 산 낮은 책장 2개, 가전이라곤 역시 중고 마켓에서 산 2칸짜리 냉장고가 전부다. 믿기지 않겠지만 우리 집엔 침대도, 소파도, 티브이도, 식탁도 없다. 요즘 필수라는 건조기는커녕 세탁기도 없다. 옷은 작은 방에 딸린 문 2칸짜리 붙박이장에 남편과 나 그리고 아이의 옷까지 모두 수납한다.
고백건대 대단히 거창한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지금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두 집이긴 한데 한 집은 비워두고 한 집에서 남편과 나와 아이가 복작복작인지 도란도란인지 아무튼 살 부비며 살고 있다.
기승전결은 이러하다. 우리는 강원도에서도 조금 더 들어간 작은 도시에 살고 있었다. 그곳에 남편의 직장도 있고 원래의 우리 집도 있다. 내가 올해 긴 육아휴직을 마치고 시골집과 3시간 거리의 다른 도시로 복직을 하면서 지금 집을 1년만 살 요량으로 얻은 것이다. 현재 남편은 육아휴직 후 내 직장이 있는 이곳으로 따라와 살림과 육아를 전담하고 있다. 내년엔 원래 지내던 작은 도시로 남편은 복직하고 나는 그쪽 도시로 전근을 갈 계획이다.
이 집에서 1년만 지내고 돌아갈 계획이므로 최대한 물건을 새로 사지 않고 지내보기로 한 것이다. 원래 지내던 집에 침대와 식탁, 세탁기와 양문형 냉장고가 있으니 사실은 미니멀 라이프를 자랑할 깜냥이 되지 못함을 먼저 고백하고 이 글을 시작해야겠다.
세탁기 없어 알게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