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진 사진작가의 <평화로 가는 사진 여행>에 실린 사진
임종진
40대라면 모두 공감할 테지만, 대통령이 지역에 행차라도 할라치면 초중고 학생들이 죄다 지나가는 길에 도열해서 이름을 연호해야 했다. 대개 학생주임이 인솔 책임자였으니, 분위기가 살벌한 건 당연지사였다. 개인적으로, 학창 시절의 기억은 '동원의 추억'만 남았다.
'아리랑 공연'과 규모로는 비교할 순 없을지라도 똑같은 방식의 '매스 게임'이 학교마다 있었다. 체육대회나 각종 행사에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고, 학교와 학급의 단합과 협동 정신의 지표로 간주됐다. 한 학기 내내 체육 수업이 '매스 게임' 연습으로 대체된 적도 있었다.
지금 우리가 북한을 가난하다고 손가락질하지만, 우리도 오래지 않은 과거에 보릿고개를 겪었다. 태풍 등 자연재해를 입었을 땐 북한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독재 권력에 충성 맹세를 강요하는 것도 기시감이 든다. 학교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강요하고, '국민교육헌장'을 외우지 못하면 집에도 보내지 않았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북한에 대한 편견은 더 그악한 편견을 낳고, 편견들이 쌓이고 쌓여 웬만해선 깨지기 힘든 고정관념이 됐다. 남과 북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세계에서 서로를 가장 모르는 나라다. 북한이 주적이라는 규정이 국방부 백서에선 빠졌어도, 아이들의 뇌리엔 아직도 남아 있다.
백두산과 금강산, 평양과 개성을 가보고 싶다는 마음도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다. 세계에 그보다 볼거리가 많은 곳이 지천인데, 굳이 북한 땅을 고집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한다. 이산가족의 고통에 대한 연민도 예전만 못하다. 하물며 한민족 운운하는 건 고루한 접근법이다.
편견의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오르다 보면 무지에 가닿게 된다. 따지고 보면, 편견은 서로를 알지 못하기에 생겨나고 굳어진 오해다. 자신도 모르게 씌워진 색안경을 벗고, 있는 그대로를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러자면, 우리는 자주 만나야 한다.
결국, '사람'이다. 아이들이 이름이라도 알고 있는 북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그리고 김여정. 2020년 현재 북한의 인구가 대략 2600만 명이라는데, 고작 네 명이 전부였다. 아이들은 뉴스에 등장하는 그들 네 명의 근황을 통해 북한을 이해하는 셈이다.
책 속 사진에 해답이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