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체험템플스테이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정관스님의 모습
서형우
2014년 그는 한식 조리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그때 발견한 것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식재료의 필요한 부분만을 남기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버린다는 것이었다. 일주일 가량 강의가 진행될 무렵, 그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재료들을 가지고 요리를 해 보자고 학생들에게 제안했다. 학생들은 당황했지만, '음식 쓰레기'를 이용해 새로운 요리를 곧잘 만들어냈다.
"버섯의 각 부위는 다양한 쓰임새를 가집니다. 저는 표고버섯 조림에는 버섯대를 사용하지 않는데, 그렇다고 이를 버리지는 않습니다. 버섯대는 채수로 우려 먹을 수 있으며, 말려서 가루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요리를 대하는 정관스님의 이런 태도는 글로벌 외식 트랜드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노즈투테일(nose-to-tail)을 연상케 한다. 노즈투테일은 돼지, 소 등의 동물을 코에서부터 꼬리까지 남김없이 소비하자는 의미이다.
그동안 소비되지 않던 부위로 관심을 돌리면서 착한 육류 소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맛과 식감을 전달해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노즈투테일은 동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자투리 채소를 활용하는 것 역시 식재료의 낭비를 줄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직접 재배하고 생산하는 것의 중요성
스님은 레시피를 사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눈과 감각에만 의지해 요리를 한다.
"생명체는 자라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 변화합니다. 요리 방법이 매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죠. 한 가지 방법으로 요리한다면 그건 죽은 음식입니다."
시금치는 사시사철 자라지만 겨울에 특히 당도가 높다. 시금치를 이용해 같은 요리를 하더라도 겨울에 요리할 때와 봄에 요리할 때 레시피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마트에서 판매하는 획일화된 공산품은 계절에 상관없이 똑같은 맛을 낸다. 한 마디로 '죽은 음식'이다.
요리를 하기 앞서 식재료의 본질을 깨우쳐야 한다는 스님이다. 식재료가 가지는 고유한 특성, 본질 전체를 알아야 제대로 된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식재료의 본질은 어떻게 파악할까. 스님은 말한다.
"단 하나의 작물이라도 재배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씨앗 심기부터 열매를 맺고 또 다시 씨를 수확해 보관하기까지 계절과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작물의 특성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요리사에게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