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업고 있는 사유리
사유리 인스타그램
그러나 자발적 비혼모가 되겠다고 선언한 사유리씨의 선택과 이에 대한 폭발적 관심은 이러한 주장들과는 맞지 않는다. 사유리씨는 현실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거나 저항하지 않았다. 단지 결혼제도 내로 들어가지 않고 아이를 낳아서 키울 수 있는, 기존 가족제도와는 거리가 있는 친밀함의 모습을 새롭게 하나 보여주었을 뿐이다. 청년세대는 이에 강렬하게 호응했다. '그냥 혼자 살고 싶어서', 혹은 '돈이 없어서'라는 인식과 상당한 간극이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결혼제도에 들어가는 것은 원하지 않지만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보는 기쁨 때문에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청년들이 있었다. 결혼할 수도 있지만, 그 결혼은 내가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 '황혼결혼'이기를 원한다는 청년들도 있었다. 2030대 청년층 6500명을 대상으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조사한 '저출산 대응정책 패러다임 전환 연구'에서 청년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을 원하지 않지만, 평등한 파트너쉽이 전제된다면 생각해 볼 수도 있는 문제라고 응답했다. 청년들, 특히 청년여성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는 것은 친밀한 관계가 아니라 불평등한 가족제도이다.
우리 사회가 원하는 새로운 친밀성
아동과 관련된 최근의 많은 사건 사고들은, 현실 가족제도에 불완전하게 발디딘 가족들이 쉽지 않은 삶을 살게됨을 보여준다. 최근 있었던 사고에 노출된 많은 아동들 중 상당수가 한부모가족이었다. 실제로 양부모 규범을 벗어난 가족은 높은 사회적 위험에 노출된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한부모가족에 대한 세 차례의 실태조사 모두에서, 한부모가족의 평균소득은 전체가구 평균소득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최근의 OECD 아동빈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한부모가족 상대빈곤율은 약 53%로,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다. 이에 비해 한국의 양부모가족 상대빈곤율은 OECD 평균 수준에 가까운 약 13%이다. 한국은 한부모가족 빈곤율이 가장 높은 국가일 뿐 아니라, 한부모가족과 양부모가족의 빈곤율 차이가 가장 큰 국가이기도 하다.
불평등한 가족제도에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선택은, 높은 사회적 위험 비율에 노출되게 만든다. 양부모 가족규범을 벗어난 가족이 빈곤과 사고의 위험에 취약하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친밀성의 공동체로서 가족의 모습을 얼마나 폐쇄적으로 정의하고 있는가를 역으로 보여준다.
일하는 사람은 돌봄의 책임이 없어야 하고 반대로 돌보는 사람은 온전하게 하루종일 돌봄에만 집중할 것을 주문하는 사회에서는, 양부모규범을 벗어난 가족은 날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게 된다.아이가 아프거나 코로나와 같은 비상상황이 생기면, 줄타기는 무너지기 십상이다.
정책과 서비스의 공백과 멈춤은 유일한 생계부양자가 직장을 잃을 위기 혹은 아동이 방임될 위기로 직결된다. 우리 사회가 원하는 새로운 친밀성은, 아직 안전한 기반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가족다양성의 약한 경제적 기반은 다시, 새로운 친밀성을 원하는 사람들이 아이를 가질 기회를 차단함으로써 저출산에 기여한다.
'새로운 가족'이란 '건강하지 않은 가정'이 아니다